“웬만한 대기업 사원보다 훨씬 잘 버는 건설현장 관리직 하다 그만둔 썰 푼다”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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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정말 잘 모이더라”
“정신질환약 먹고 있다”
한 직장인이 타 업종 대비 임금이 높은 건설 현장 관리자로 일하다 미련 없이 그만둔 이유를 자세히 밝혔다.

A씨는 해당 사연을 통해 7년 가까이 건설 현장 관리자로 일하면서 겪었던 좋고 나쁜 일들을 밝히며 결국 그만두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집안 어른들은 죄다 건설 관리자였다. 현대, 대우 다니던 큰아빠들과 우리 아빠를 보며 커서 그런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건축공학과 썼다. 우리 아빠도 "그냥 네 맘대로 해라"고 하셔서 입학했다.
근데 웃긴 건 우리 집만 이랬고 다른 큰아빠들은 절대 형들 건축과 못 쓰게 욕하고 체벌하면서 말리셨다고 하더라.
난 대충 졸업하면서 기사 자격증 하나 땄다. 그저 그런 사회초년생으로 대기업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중견기업 정직원으로 이직했다. 겪어 보니 장단점이 너무 명확한 직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장점
1. 임금이 타 업종 대비 높다.
2. 내 돈 쓸 일이 거의 없어서 돈이 잘 모인다. 통신비, 간식비, 식사비 다 회사에서 돈으로 주거나 대신 결제해줬다.
3. 나름 이직하기 쉬운 직종이라 좀 열심히 하면 대기업 가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단점
1. 개인 시간이 없다. 내 경우는 오전 5시 30분까지 출근해서 도면, 일정 정리하고 7시부터 정규 근무 시작했다. 퇴근은 오후 6시에서 자정 사이에 했다.
회식 끝나고도 다음 날 새벽에 바로 검사·측정 준비했고, 빨간 날도 없었다. 오직 설날이나 추석, 근로자의 날만 하루씩 쉬었다. 물론 부장급들은 그냥 알아서 3일씩 다 쉼
2. 남자들밖에 없다 보니 군대 생활이었다. 차라리 군대는 2년 있으면 끝나는 데 이건 평생이다. 정강이 구타는 안 당해봤지만, 안전모랑 철근 자투리, 줄자로 맞아봤다. 진짜 별 이유로 다 맞아봤다.
3. 수도권 근무하기가 힘들다. 수도권 현장이 있어도 연차 순이나 사회생활 잘한 애들이 자리 차지한다. 그런 거 못 한 애들은 다 지방으로 내려간다.
지방에서 숙소 공용으로 쓰는 것도 힘들었다. 말은 1인 1실이라고 하는데, 보통 아파트 하나 빌려서 3명이 거주한다. 화장실은 당연히 공용인데, 내가 매주 한 번씩 소변 다 튀고 똥 묻은 변기 보면서 진짜 충격 심하게 받았다. 청소는 주기적으로 아주머니 고용해서 맡겼는데, 저런 거 매일 보는 게 힘들어서 내가 물로 닦았다.
4. 성격들이 터프하다. 생명하고 직결되는 데다가 다들 잘 쉬지도 못하다 보니 욕은 기본이고 물건 집어 던지는 것도 일상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서 '왜 집에 가려고 해?' '집에 가면 떡 나오냐?' '그냥 돈 벌게 회사에 있어'라는 말 많이 들었다.
5. 너무 위험하다. 난 380kg 블록에 깔릴 뻔한 적 있고, 크레인에서 패널 떨어져서 다른 사람 깔린 것도 봤다. FRC 패널에 가슴 찍혀 뼈 부러져서 즉사한 사람도 직접 봤다.
근데 사무직 친구는 다리 삐끗한 거 보여주면서 나 많이 다쳤다 그러더라. 이때 진짜 현실을 깨달았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나는 이런 목숨 위험한 곳에서 일해야 하나 싶어 무서웠다. 핏기 사라지는 사람 보고, 벤딩 머신에 손가락 걸려 비명 지르는 사람 보는 거 너무 무서웠다.
이런 단점들로 결국 퇴사했다.
이 생활 몇 년 하다 보니까 우울증 걸리더라. 대인기피증, 공황장애까지 와서 극단적 시도도 몇 번 했다. 이거 아니면 밥 먹고 살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평생 이것만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살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지금은 정신질환약 먹으면서 고치고 있다. 직장 바꾸면서 약도 거의 끊게 되더라.
요즘엔 다른 건설 관련 업종에서 내근직하고 있는데 매일 커뮤니티 활동하면서 시간 보내는 게 낙일 정도로 여유롭다. 이렇게 사는 게 7년 정도 일하면서 처음이라 어리둥절하다.

해당 사연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 아버지도 진짜 쉬는 날이 없었는데 요즘에도 저런다는 게 충격이네" "고생 많았다" "나도 똑같은 이유로 건축 감리사 내근직으로 아예 뿌리 박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