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이 뒤늦게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2023-01-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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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자 이유로 안덕수 트레이너의 채용을 거부한 축협
'축협 안에 자격 없는 사람 있는데?' 폭로에 선수들 폭발
손흥민의 개인 재활 트레이너 자격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일정을 소화한 안 트레이너는 지난달 7일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바 있다. 그는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대표팀 숙소) 2701호에 많은 일이 있었다. 기자들이 2701호가 왜 생겼는지 연락해 물으면 상상을 초월한 상식 밖의 일들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란 글을 올렸다.
안 트레이너는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손에서 열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너희들이 할 일을 해주는데 뭐? 외부 치료? '안샘'이 누구냐고? 축구판에서 나를 모른다고? 그러니까 너희들은 삼류야!"라고 말했다.
안 트레이너가 올린 글은 대한축구협회를 정면으로 비판한 점, 손흥민는 물론이고 조규성 정우영 손준호 김진수 황의조 등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안 트레이너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지지 의사를 밝힌 점 등으로 인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안 트레이너가 이렇게 화가 난 이유를 디스패치가 2일 공개했다.
안 트레이너는 이번 월드컵 때 손흥민을 포함해 모든 선수들의 재활 트레이닝을 담당했다. ‘신의 손’으로 불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까닭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비를 모아 안 트레이너 합류를 요청했다.
문제는 대한축구협회가 안 트레이너를 탐탁잖게 여겼다는 점이다. 실제로 ‘카타르 월드컵 때 정식 트레이너로 영입하려고 했지만 자격증이 없어서 무산됐다’는 말이 대한축구협회에서 흘러나왔다.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KATA)는 트레이너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 AT(Athletic Trainer) 자격증을 발급해주고 있다. 이 자격증이 없단 이유로 안 트레이너를 채용하지 않았다는 것.
대한축구협회는 2014년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가 발급하는 자격증만 인정한다면서 자격증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 사실 안 트레이너는 AT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무자격자’ 트레이너가 된 후배들을 보호하기 위해 AT 자격증을 일부러 갱신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2017년 "의무위원회 공인 자격증(AT)을 보유한 트레이너, 다른 자격증 보유하고 있으면 개별 심사를 통해 자격을 부여한다"고 규정을 바꿨지만, AT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은 까닭에 해당 규정은 있으나 마나 한 규정으로 전락했다. 실제로 선수단이 4년 전부터 안 트레이너 영입을 꾸준히 요청했지만 협회는 무자격자란 이유로 채용을 거부한 까닭에 선수들이 사비로 안 트레이너를 대회에 초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우루과이와의 경기를 불과 이틀 앞둔 상황에서 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협회 안에도 AT 자격증이 없는 트레이너가 있다고 폭로했다는 점이다. 당시 선수들이 문제의 트레이너를 직접 만나 AT 자격증이 있는지 직접 묻고 AT 자격증이 없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안 트레이너를 뽑지 않았단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선수들은 대한축구협회에 큰 배신감을 느꼈다. 이후 의무 트레이너 팀장이 선수들 재활 트레이닝에 참여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선수촌에서 선수들이 팀장을 쫓아냈다는 소문이 돌았다. 월드컵이라는 중차대한 기간에 선수들은 대한축구협회와 만나 오해를 푸는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의 재활 트레이닝이 지연됐다.
선수들은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일 선수촌 숙소의 ‘2701호’에 모여 마지막까지 후회 없이 뛰자고 다짐했다. 대표팀은 포르투갈을 잡고 꿈에도 그린 16강에 진출했다. 선수단 모두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뛴 결과였다.
월드컵을 무사히 치른 대표팀 선수들은 안 트레이너에게 2024년 아시안컵에도 함께해달라고 너도 나도 요청했다. 그러자 안 트레이너가 대한축구협회 난맥상을 폭로하고 나섰다. 선수들이 자신들의 재활을 담당하는 트레이너를 사비로 고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신념에서다.
한 선수 관계자는 "선수들이 2701호에 모여 16강을 자축했다. 그러면서 아시안컵을 부탁했다. 그때 ‘안샘’(안 트레이너)이 말했다. '언제까지 너희가 개인 돈으로 부담할 거냐'고. '왜 이걸 후배들에게 물려주려 하느냐'고"라고 디스패치에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안 트레이너는 선수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재활 트레이너 채용 과정에서 제 식구 챙기기를 멈춰달라고 대한축구협회에 호소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