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지마, 다쳐” 노숙자에게 온정 베푼 국숫집 할머니, 안타까운 소식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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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에게 국수 내 준 일화의 주인공
'옛집국수' 배혜자 할머니 지난 8일 별세

"그냥 가, 뛰어가지 말고. 넘어지면 다쳐!"

무전취식하고 도망치는 노숙자를 온정으로 품은 오랜 미담의 주인공 '옛집국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40년 가까이 국수 장사를 해온 배혜자 할머니의 비보가 문화일보를 통해 전해졌다.
tvN '수요미식회'에 나온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옛집국수' / tvN
tvN '수요미식회'에 나온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옛집국수' / tvN

문화일보는 10일 배 할머니 가족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8일 할머니가 83세 일기로 별세했다고 알렸다. 할머니의 가족에 따르면 배 할머니는 골절을 입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중 폐렴 증세를 보이다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

할머니의 부재로 잠시 문을 닫은 국숫집은 가족들이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가족들은 매체에 "주변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다.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뜻에서 어머니께서 40여 년간 일하신 국숫집을 더 열심히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배 할머니의 유해는 화장 후 경기 파주 하늘나라 공원에 안치된다.

배 할머니는 IMF로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사업 실패로 재산을 전부 잃은 한 남성(당시 40대)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국수를 내어준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남성은 할머니의 따스한 마음을 받고 용기를 내 다시 사업을 일으켰고, 그 후 한 방송프로그램에 국숫집이 소개되는 걸 보고 담당 PD에게 사연을 보내 할머니께 감사함을 표했다.

남성을 통해 알려진 사연에 따르면 1998년 어느 겨울 아침, 갈 곳 없이 떠돌던 이 남성은 할머니의 국숫집에 들어가 따뜻한 온국수를 시켰다. 뜨거운 국수를 허겁지겁 먹는 그의 모습을 본 배 할머니는 국수 그릇을 확 빼앗았고, 여기에 국물과 면을 다시 한가득 담아 내어 줬다.

국수를 모두 비운 남성은 할머니 눈치를 보더니 이내 가게 밖으로 냅다 뛰어나갔고, 배 할머니는 뒤따라 나와 남성을 향해 "그냥 가, 뛰지 말아요. 다쳐"라고 소리쳤다.

해당 남성은 이런 내용을 편지에 담아 보내면서 "할머니는 IMF 시절 사업에 실패해 세상을 원망하던 나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준 분"이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누군가의 인생을 다시 일으킨 할머니의 이야기는 당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몇 해가 흘러 할머니의 인터뷰도 전해졌다.

할머니는 당초 이 남성이 가게에 들어올 때부터 남루한 행색을 보고 그의 딱한 사정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배 할머니는 2006년 매거진 톱클래스와 인터뷰에서 "많이 굶었는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며 해당 남성을 기억했다. 이어 "물어볼 것도 없이 국수 한 그릇 푸짐하게 말아 줬더니 게 눈 감추듯 비우더라. 그래서 한 그릇, 또 한 그릇을 말아 줬다. 그제야 살겠는지 냉수 한 그릇 떠달라고 하길래 떠왔더니만 벌써 도망가고 없었다. 어차피 돈 받을 생각이 없었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가길래 '넘어지면 다치니 천천히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배고픈 사람에게 국수 몇 그릇 말아 준 것 가지고 과분한 치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옛집국수'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 / 이하 대통령실
지난해 5월 '옛집국수'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 / 이하 대통령실
세월이 한참 흐른 2022년, 이 국숫집은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참모들과 이곳을 찾으면서다. (경인일보 기사 보기)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9일 용산 대통령실 이전 후 참모들과 함께 옛집국수를 찾아 잔치국수와 김밥을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