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예쁘다, 끼 있겠네, 제로투 춰봐라” 발언한 회사 정체

2023-01-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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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면접 채용 과정에서 벌어진 일
인권위 “성차별적 문화에서 비롯된 행위”

국가인권위원회가 면접장에서 '제로투 춰봐라' 등 업무와 상관없는 부적절한 발언을 들은 지원자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인권위원회 / 연합뉴스TV,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 연합뉴스TV, 연합뉴스

인권위는 11일 신용협동조합(신협) 채용 면접에서 외모 평가, 춤과 노래 지시가 있어 진정 접수된 것과 관련해 "성차별적 문화에서 비롯된 행위"라며 해당 신협 측에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모 지역 신협 최종 면접에 참여한 여성 응시자 A 씨는 면접위원들로부터 "키가 몇이냐", "주량은 얼마나 되냐", "XX과면 끼 좀 있겠네", "노래도 할 수 있냐", "율동도 같이 곁들이면 좋겠다" 등 발언을 들었다. 이에 면접위원들은 긴장을 풀라는 의미에서 예쁘다고 말하고, 이력서에 키와 몸무게가 적히지 않아 신체 정보를 물어봤다고 했다. 노래와 춤은 강요한 게 아니라 자신감을 엿보기 위해 노래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서 율동도 곁들이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면접위원이 요구한 춤은 '제로투'였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제로투는 온라인에서 선정적인 춤으로 유행했다. A 씨는 이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 거절조차 "입사 후 회식 자리에서 보여드리겠다"라는 취업준비생다운 우회적인 답변을 해야 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용 자료 사진.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에서 제로투 댄스 선보인 댄서 가비 / 유튜브 'The CHOOM (더 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용 자료 사진.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에서 제로투 댄스 선보인 댄서 가비 / 유튜브 'The CHOOM (더 춤)'

면접으로 참여한 임원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용모에 대한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시에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 역시 "다른 임원이 A 씨에게 노래나 춤을 춰보라고 한 것을 별다른 생각 없이 듣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면접장에는 면접위원 4명, 면접 진행 담당자 1명이 있었지만 전부 해당 질문들이 '일상적 면접'의 내용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인권위는 직무와 관계없는 질문이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면접위원의 의도와 상관없이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신협중앙회장에는 지난달 29일 채용 지침 보완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로 신협은 해당 임원 2명에 견책 조처를 내렸으나, 견책은 임원 대상 징계 중 가장 약한 수준이라고 전해졌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용 자료 사진 / Nattakorn_Maneerat-Shutterstock.com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용 자료 사진 / Nattakorn_Maneerat-Shutterstock.com
home 한제윤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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