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게시판에 뜬금없이 다른 대학교의 총장이 나타났다?

2023-01-19 11:53

add remove print link

“수험생 조카에 가천대 추천을“
인하대생의 명의 도용 사건인 듯

고 이희호 여사 빈소 조문하는 이길여 가천대 총장 / 뉴스1
고 이희호 여사 빈소 조문하는 이길여 가천대 총장 / 뉴스1

구순(九旬)이 넘은 현역 최고령 대학 총장으로 인플루언서급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길여(90) 가천대 총장이 다른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명으로 등장해 학생들에게 딴죽을 거는 정황이 포착됐다. 하지만 알고 보니 뜻밖의 일탈 에피소드가 아니었다. 이 총장 명의가 도용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대학별 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 인하대 게시판에 인하대생 A가 조카가 지원할 대학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하 인하대 에브리타임
이하 인하대 에브리타임

이번 대학 입시에서 조카가 한양대(에리카), 광운대, 가천대 3곳의 컴퓨터공학과에 붙었는데 자신은 서울 인프라를 느끼고 싶으면 광운대를 다니라고 권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알못(대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몰라서 그러는데 광운대 추천이 잘한 거냐고 물었다.

그런데 뜻밖의 인물이 답변했다. 바로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었다. 이 총장은 "가천대 추천을 안 하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것도 익명이 아닌 당당히 실명을 내세웠다.

이 총장의 짓궂은 장난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같은 게시판에 인하대생 B가 '가천대 캠퍼스 되게 잘돼 있다'는 제목으로 "경원대(가천대 전신) 시절에 운동장 밀어버리고 건물 세웠던데 잘한 것 같다"는 평을 남겼다.

이에 다른 인하대생 C가 뜬금없이 "가천대 바보"라는 댓글을 달자, 이 총장은 "뭐?"라는 대댓글로 응수했다. 그러자 C는 "앗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게시판에 인하대생 D가 '누가 상명대 경영학과와 인천대 경영학과에 복수 합격했는데 어디가 더 좋으냐"고 조언을 구했다. 이 총장은 또다시 나타나 "가천대 (원서) 안 쓰고 뭐 했느냐"고 질문자를 타박했다.

또한 같은 게시판에 인하대생 E가 '인천 최고 명문대는 연세대 아님?'이라는 글을 올리자 이 총장은 익살스럽게 "가천대라고 봄"이라고 답했다. 연세대는 국제캠퍼스를 인천 송도에 두고 있고, 가천대는 경기 성남에 자리 잡고 있다. 즉 우답(愚答)인 것이다.

지난달 4일에도 같은 게시판에 인하대생 F가 '인하대 재학생 일동은 총장님의 최신 가요 커버(소화)를 기대합니다'라는 글을 띄웠다. 이에 조명우 현 인하대 총장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최순자 전 인하대 총장이 "아이유 & 임슬옹의 '잔소리'를 같이 부르고 싶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러자 이 총장이 다시 끼어들어 "애쓰네"라는 멘트를 날렸다.

이 총장이 뜬금없이 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명으로 등장해 흔적을 남긴 것에 대해 누리꾼들은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는 이 총장과는 무관한 일종의 해프닝으로 보인다.

에브리타임은 학교 합격증 또는 재학 증명서, 졸업 증명서 등 학교 인증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다. 즉 재학생, 졸업생, 합격생만 입장할 수 있다. 외부인의 등판 길이 아예 막혀있는 것이다.

사실 확인을 요청한 위키트리에 가천대 측은 "총장님이 한가하게 (온라인에) 글을 쓰실 이유가 없다"며 "총장님이 인플루언서여서 인하대 학생이 재미로 (명의를 도용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천대 본관 '가천관' / 연합뉴스
가천대 본관 '가천관' / 연합뉴스

이 총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퀸즈 종합병원(Queen’s Hospital)에서 레지던트를 수료한 뒤 일본대 의학부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천대 길병원, 가천문화재단, 가천박물관 설립자로 가천길재단 회장을 맡고 있다. 미국 주간 뉴스위크(Newsweek)가 선정한 ‘2012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에 포함된 바 있다.

이 총장은 평생 미혼이다. 공식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슬하에 자식도 없다고 한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