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야, 그건 불교 용어야”… '더 글로리' 번역하느라 진땀 흘렸을 넷플릭스
2023-01-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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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문동은·이사라 다툼 장면
'이판사판' 영어 번역에 관심 쏠려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영어 번역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 온라인에서 '더 글로리로 본 영어 번역의 어려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확산했다. 게시물에는 학교폭력의 피해자 문동은(송혜교)과 가해자 이사라(김히어라)가 성인이 된 뒤 만나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장면에서 목사 딸인 이사라는 "커서 만나니까 이판사판이다 이거냐"라며 분노했다. 그러자 문동은이 "큰일 나 사라야. 이판사판은 원래 불교 용어야"라며 조롱했다.


이판사판(理判事判)은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의미하는 말로 불교에서 유래됐다. 불교 용어인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이 결합해 만들어졌다. '이판'은 속세와 인연을 끊고 도를 닦는 일을 말하며 '사판'은 절의 재물과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일을 의미한다.
조선시대에는 이판승이든 사판승이든 스님이 되는 건 낮은 신분으로 전락한다는 의미가 있어 '끝장', '마지막 궁지' 등의 의미가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자 문화권이면서 불교문화와 밀접한 나라에선 단어 번역만으로도 해당 장면을 쉽게 표현할 수 있지만 영어로는 어떻게 번역되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는 해당 장면에서 의역을 선택했다. 이사라가 내뱉은 '이판사판'은 '욕설'로 대체됐고 문동은의 대답은 "여기 교회야"라는 식의 표현으로 번역됐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그 나라에 맞게 번역하는 거 힘들다" "어떤 단어 하나로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화적인 부분들을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다" "나도 이 부분 궁금해서 영어 자막으로 바꿔 봤다" "뭔가 감칠맛이 없어져 아쉽다" 번역가 꽤 고민했을 거 같다" "고충이 느껴진다" 등 댓글을 달았다.
일본어 번역에서는 자포자기라는 뜻의 '스테바치'(捨て鉢)라는 단어로 번역됐다. 해당 단어는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로 알려졌다. 중국어 번역에서는 '이판사판' 한자 그대로 표기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