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 먹던 아들, 입대 6개월만에 극단적 선택…나라가 책임 있다”

2023-01-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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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 가면 안되냐고 쪼그려 울던 아들
정신건강 문제 호소하는 장병 계속 늘어

군에서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24일 중앙일보는 군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 박 모(53) 씨 인터뷰를 보도했다. 박 씨 아들은 "군대 안 가면 안 되냐"며 쪼그려 울다가 입대했다.

이하 훈련 중인 장병들. 기사와는 관련 없습니다. / 이하 뉴스1
이하 훈련 중인 장병들. 기사와는 관련 없습니다. / 이하 뉴스1

아들은 입대 3개월 전 정신의학과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다. ADHD는 주의력이 떨어져 과잉행동, 충동성을 보여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증상이다. 입대할 때 군에 ‘ADHD약을 복용한다’는 소견서를 냈지만, 입영 대상자라는 판정이 바뀌진 않았다.

아들은 2021년 5월 9일엔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고, 5월 27일엔 운전 연습 중 후진 사고를 냈다. 결국 6월 3일 사격훈련 중 극단적 선택으로 6일 뒤 세상을 떠났다. 입대 6개월여 만이었다.

박 씨는 “아들은 입대해선 안 되는 상태였다.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울먹였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군 사망 사고는 2020년 55건에서 2021년 103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78건(2022년 12월 9일 기준)에 달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은 2020년 42건에서 2021년 83건으로 크게 늘었다.

기본 훈련을 마치고 수료식에 나오는 장병들
기본 훈련을 마치고 수료식에 나오는 장병들

국방부도 문제를 인식한 듯 2016년 이후 병역신체검사규칙을 4차례 손질했다. 현재는 병무청 병역판정검사 때 정신건강을 평가하기 위해 인성검사(271문항), 인지 능력검사(89문항), 질병상태문진(13문항) 등의 검사를 시행한다. 여기서 이상이 발견되면 임상심리사가 생활기록부 등을 확인하고 개별 면담과 도구검사를 한다.

증세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정신과 전문의가 검사결과와 치료기록을 참고해 신체등급을 정한다. 경과 관찰 대상의 경우 전문의료기관에 위탁해 검사를 마친 뒤 등급을 매긴다.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1~3급) 판정을 받더라도 입대 전 병무청이나 부대에서 입영판정검사나 신체검사를 한 차례 더 하고 입대한다.

수료식에서 아들 얼굴을 쓰다듬는 어머니. 기사와는 관련 없습니다.
수료식에서 아들 얼굴을 쓰다듬는 어머니. 기사와는 관련 없습니다.

하지만 세심한 관리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년 간 군에서 근무한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군 역시 병력 수가 줄어드는 건 부담이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병사를 관리하는 건 더 힘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험 징후가 있으면 입대 시키지 않거나 집으로 돌려보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하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관리하고, 그마저 안되면 과감히 돌려보내는 단계까지 가려면 지금보다는 국방부가 더 의지를 갖고 인력 확보와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군 내 사고를 더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간부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리도 더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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