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작품이라면 '수리남' 수준으로 인기가 많았을 것” 말 듣는 드라마

2023-02-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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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카지노'의 질주를 가로막는 것들
작품 재미뿐 아니라 플랫폼의 개선도 필요

'카지노' / 디즈니+
'카지노' / 디즈니+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엄밀하게 말하면 '주 1회 편성'이 아니다.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이라는 하드웨어일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디즈니+에서 출시한 콘텐츠여서 시청자 확장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뜻이다.

OTT 업계 최강자인 넷플릭스 간판으로 나왔다면 히트작인 '수리남' 수준으로 인기가 많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수리남'이 마약왕 소탕 이야기라면, '카지노'는 카지노 왕에 관한 이야기로 장르가 비슷하다.

'카지노' / 유튜브 채널 '컬처앤스타'
'카지노' / 유튜브 채널 '컬처앤스타'

업계에 따르면 '카지노'는 1·2편 모두 흥행대박을 친 영화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최민식의 25년 만의 드라마 출연작이고,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톱스타에 오른 손석구의 차기작이라는 등의 이유로 공개 전부터 주목받았다.

국내에서 넷플릭스뿐 아니라 티빙 등 토종 OTT에도 밀렸던 디즈니+가 200억 원이란 블록버스터 영화 수준의 제작비를 투입하며 한국 시장 안착을 위해 공을 들인 역작이다.

'카지노' / 디즈나+
'카지노' / 디즈나+

뚜껑이 열린 뒤 시즌1 작품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공개 첫 주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하지만 화제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고 극이 진행되면서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OTT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주 1회 편성과 배우들의 본격적인 갈등이 뒤늦게 시작되는 느린 전개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카지노'가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같은 글로벌 히트작이 되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의 체급 차이다.

'수리남' / 넷플릭스
'수리남' / 넷플릭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지노'가 공개된 지난해 12월 디즈니+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한 달에 한 번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고객 수)는 195만명. 지난달에는 216만명으로 1년여 만에 MAU 200만명 문턱을 넘겼다.

그런데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MAU는 약 1257만명으로 디즈니+의 6배에 달했다. 이는 국내에서의 두 OTT 플랫폼 간 브랜드 파워가 작용한 결과다.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시청 시간 점유율도 여전히 독보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2021년 12월~2022년 4월 동안 국내 5개 OTT의 전체 시청시간 중 서비스별 점유율은 넷플릭스는 44%였지만 디즈니+는 2.6%로 꼴찌였다.

특히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 시간 기준 점유율의 경우 넷플릭스와 여타 서비스 사이의 점유율 격차가 이들 사이의 전체 콘텐츠 시청 시간 기준 점유율 격차보다 더 컸다.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청 시간 기준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52.7%인데 반해 디즈니+는 3.2%에 그쳤다.

'수리남' / 넷플릭스
'수리남' / 넷플릭스

서비스 전체를 견인하기 위해선 작품의 재미뿐 아니라 플랫폼의 개선도 필요하다. 비교적 국내 영향력이 낮은 디즈니+가 '카지노'를 통해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카지노'는 오는 15일 시즌2로 돌아온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