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과 우연히 성관계 맺었다가 졸지에 성폭행범으로 몰렸습니다
2023-01-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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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마~” 앙탈 외엔 거부 의사 없던 그녀
관계 후 돌변 “네 인생 X 되게 해줄게” 신고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라면 강간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젊은 남성이 헤어진 전 여자친구와 사실상 합의로 성관계를 가졌다가 성폭행범으로 몰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비동의 간음죄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 듯한 사례여서 주목된다.
최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한 여대생이 자신의 지인이 성폭행 고소를 당했다면서 교내 로스쿨 재학생 등 법을 잘 아는 동문의 도움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게시글에 따르면 글쓴이의 지인인 남성 A씨는 몇 달 사귀었다 헤어진 전 여친 B씨를 이별한 지 3일 만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A씨는 적당히 만남을 마무리하고 B씨를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돌아서려는 A씨에게 B씨는 명시적으로 "(집에) 들어오라"는 소리는 안 했지만, A씨를 집안으로 들여 마실 물을 주고 "나 예쁘지?"라고 애교를 부리며 에어컨을 틀어 땀을 식히게 했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야릇하게 흘러가 두 사람은 성관계를 맺었다.
관계 전 B씨는 "하지 마~"라는 앙탈 식 한마디 외에는 아무런 거부 의사가 없었다고 한다. 울거나 욕하거나 몸부림 없이 평소랑 똑같았다고 한다.
그런데 관계가 끝나자 B씨의 안색이 돌변했다는 게 A씨 측의 주장이다.
B씨는 "나는 하기 싫었는데 왜 했냐"며 실랑이를 벌이다 "네 인생 X 되게 해줄게"라고 내뱉고선 울면서 뛰쳐나가더니 편의점으로 달려가 '성폭행당했으니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사정이 A씨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게 사건 당일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친 거라 연락 기록 등이 전혀 없다고 한다.
글쓴이는 "지인(A씨)이 공무원 시험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 안타깝다"며 "5년 가까이 알고 지낸 지인은 절대 그럴(성폭행할) 사람이 아니다"고 법률 자문을 했다.
사연을 접한 남성 누리꾼들은 글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로 A씨가 딱하지만 '빼박'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B씨가 형식적으로나마 성관계를 거부하는 멘트를 날렸으니 A씨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얘기였다
누리꾼들은 "안타깝지만 저건 끝난 거다", "피해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안", "변호사도 합의하는 쪽으로 방향 잡을 듯"이라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례는 최근 여성가족부와 법무부가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놓고 정면충돌한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비동의 간음죄란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에 '동의'가 없었다면, 폭행과 협박이 없었더라도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폭행과 협박' 등 물리력이 수반돼야 하는 형법상 강간 구성 요건을 ‘동의하지 않았을 경우’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찬반 양측이 대립하는 핵심 쟁점은 피해자의 동의와 가해자의 인식 여부를 사법부가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느냐이다.
찬성 측에선 비동의 간음죄의 범죄성은 여러 형태의 신체적 표현이나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기에 피해자의 거짓 진술이나 가해자의 오인만으로 처벌받을 확률이 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측은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한다. 합의한 관계였지만 이후 동의가 없었다고 고소해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남용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거다. 성관계 시 사전 동의는 물론 행위가 종료될 때까지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지속해서 확인해야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