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요? 제가요? 왜요?…대기업 임원들 'Z세대 눈높이' 맞추기 골몰
2023-01-3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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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100대기업 인재 채용 평가기준 조사
기업 인재상 “책임감이 가장 중요한 덕목”...'도전정신' 2위로 밀려
국내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서 요즘 신입직원들의 책임의식이 이전 세대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기업 인사담당 관계자들 말로는 "신입직원의 주된 연령대인 20~30대(Z세대)는 자신들 권리 요구에 대해서는 매우 적극적인 세대다. 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덜 지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털어놓는다.
실제 지난해부터 기업체 임원들 사이에선 ‘3요 주의보’라는 유행어가 돌기 시작했다.
‘3요’는 상사의 업무 지시에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 젊은 직원들의 반응을 일컫는 신조어다.
군소리 없이 지시를 따르던 기성세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세대 출현에 당황하는 기업들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도 지난해 6월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를 초청한 토크콘서트에서 MZ세대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저는 X세대지만 우리 조직에는 MZ세대가 있어 세대 간극이 있다. 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해야 하느냐”며 조언을 구했다.
그런데 이같은 고충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 대기업 인사팀은 MZ세대와 기성세대간 간극을 메우기 위한 대응 방안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일단 대기업들은 최근 신입직원을 모집할 때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의 하나로 책임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100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곳이 신입 채용에서 최고 인재 덕목으로 책임의식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도전정신(66사), 소통과 협력(64) 등의 순이었다.
지난 2008년부터 5년마다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책임 의식이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상의는 “최근 기업들은 핵심 인력으로 떠오른 Z세대의 요구에 맞게 조직과 보상체계를 바꾸고 사내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식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이런 기업 인재상의 변화를 읽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부 대기업은 아예 사내 임원 교육으로 '3요 모범답안'을 자료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세대간 간극 좁히기에 나서기도 했다.
교육 담당자는 임원들에게 개인주의가 강하고 자아가 확고한 Z세대 직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쏟아내는 3요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걸요’라는 질문에는 해당 업무의 목적을, ‘제가요’에 대해서는 업무를 통해 직원이 낼 수 있는 성과를, ‘왜요’에는 회사에 안길 수 있는 기여를 각각 설명하는 식이다.
3요 교육을 받은 한 기업의 임원은 “젊은 직원들이 '3요'로 말대꾸한다고 해서, 그들이 근로 의욕이 없거나 불성실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3요에 대해 납득을 해야 업무 지시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