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고양이 vs 천연 기념물 뿔쇠오리…지금 국토 최남단에서는 무슨 일이

2023-02-25 09:21

add remove print link

귀여운 고양이가 야생 조류 생태계 망치는 주범?
마라도에서 고양이의 사냥 표적 된 뿔쇠오리들

마라도 고양이들이 섬 밖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비롯한 야생 조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판단에서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뿔쇠오리는 전 세계에 5000~6000마리뿐인 희귀한 새다. 그 가운데 200여 마리가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를 찾는다. 3월부터 5월까지 이곳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

문제는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에 고양이 110여 마리(지난해 5월 기준)가 산다는 점이다. 고양이는 번식력이 강한 데다 본능에 따라 뿔쇠오리를 닥치는 대로 사냥한다. 마라도 주민은 10년 전 쥐를 잡으려는 목적으로 고양이를 섬에 들였다.

마라도에 살고 있는 고양이 / 위키트리 한주희 기자
마라도에 살고 있는 고양이 / 위키트리 한주희 기자

결국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와 문화재청, 서귀포시 등은 지난 17일 회의를 열고 주민의 반려묘 10여 마리만 남겨놓고 나머지 고양이는 모두 포획해 섬 밖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유튜브 채널 '새덕후'는 길고양이가 토종 야생 동물들의 생태계를 해치고 있다면서 무분별한 먹이 주기를 중단하고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올린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 분들에게'라는 영상에서 "고양이는 사람의 품을 벗어나면 천적이 없는 최상의 침입종으로서 토종 야생동물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태적 가치가 높은 섬이나 국립공원 같은 산림 지역에서는 더더욱 피해의 심각성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남 여수시 삼산면 백도에서 집단 서식이 확인된 뿔쇠오리 /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 제공, 뉴스1
전남 여수시 삼산면 백도에서 집단 서식이 확인된 뿔쇠오리 /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 제공, 뉴스1

반면 동물자유연대 등이 참여하는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문화재청은 고양이가 뿔쇠오리의 개체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반출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표면적으로는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반출한 후 가정 입양과 안전한 보호를 약속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또한 국립환경과학원 등의 발표 자료 등을 근거로 들며 "뿔쇠오리는 고양이가 접근하기 어려운 해상에서 살며 절벽 틈 사이에 알을 낳고 부화하기에 고양이보다는 까치, 매, 쥐 등의 공격에 더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방출과 공생을 두고 작은 섬 마라도가 시끌시끌하다. 사람과 고양이, 그리고 뿔쇠오리를 비롯한 야생 동물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

home 한주희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