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비' 될 수 없는 조진웅의 치열한 과거, 믿보배를 만들다 [wiki인터뷰]

2023-03-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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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로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영화 '대외비'로 돌아온 조진웅의 고백

부단한 노력으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조진웅이 더욱 깊어진 매력으로 돌아왔다.

조진웅은 영화 ‘대외비’ 개봉을 앞둔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위키트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우 조진웅이 지난 2월 23일 위키트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진웅이 지난 2월 23일 위키트리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외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 극 중 조진웅은 대단한 ‘빽’도 족보도 없지만 뚝심으로 20년을 버티며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전해웅 역을 맡았다.

이날 조진웅은 “‘대외비’가 코로나 때문에 한참 만에 개봉하는 거라 영화 홍보 일정을 하면서 영화를 다시 느끼고 있다. 사실 나는 배우로서 작품 촬영이 끝나면 지우기 바쁘다. 이걸 잘 지워야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다. 사실 지워지지 않을 때가 더 괴로운데 이 작품도 지우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스스로 질문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의 변화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아 “이렇게 타협이 되나?”,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런 사람이 있을까”, “해웅이가 진짜 이렇게까지 하면서 권력을 갖고 싶을까”, “이런 상황이 되면 이럴 수도 있나?” 등 고민에 빠진 것. 조진웅은 “인간적인 갈등이 너무 많았는데, 전해웅은 그럴 것 같은 애였다. 저렇게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는. 그게 조금 슬프긴 하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 실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정말 올바르고 정의감 있게 살지 않았을까 싶다. 권력을 맛보고는 겉멋에 빠진 바보 멍청이가 됐다. 그래서 그걸 좀 더 잔혹하게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이걸 보여줘야 다들 ‘나도 저렇게까지 하지 말아야지’ 보고 반성도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조진웅은 ‘대외비’에 대해 “결국 선과 악을 떠나 이정표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로 가면 권력을 얻는데 지옥을 가, 대신 여기로 가면 거지로 사는데 천당에 가’ 이런 느낌이다”라며 “이 작업을 할 때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과 술을 많이 마셨다. 서로 ‘너 같으면 어떻게 할 것 같아?’라고 많이 질문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치범죄 드라마와 차별점에 대해서는 “인간의 고민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본다. 그건 확실히 다른 것 같다”며 “영화 속 캐릭터들이 어떤 상황을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데 보시면 ‘저기까지 간다고?’라는 생각을 하실 것도 같다”고 이야기했다.

구체적인 예로 “다른 영화들은 상황이 주어지면 그걸 해결한다든지, ‘정의가 승리한다’든지 그런 점이 있는데 ‘대외비’는 그렇지 않다”며 “나빠질 대로 나빠지는데 그대로 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해는 안 가네? 근데 얘네한테 옳고 그름이 있을까’ 여러 고민을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이 도출되는 게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JTBC ‘재벌집 막내아들’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성민과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조진웅은 “이성민 선배는 합이 정말 잘 맞는 선배다. 작업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별 이야기를 안 한다. 이야기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 각자의 에너지와 포지션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제가 엇나갈 것 같으면 딱 잡아준다”며 감탄했다.

김무열에 대해서는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냥 조직 폭력배가 돼서 나타났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는 각자의 욕망과 권력을 위해 달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해온 그에게도 쉼 없이 달려가다 ‘아차’ 싶었던 순간이 있었는지 묻자 “작업하다 보면 많다. 정말 많은 스태프가 모니터를 보고 있지만 놓치는 장면이 많다. 예를 들면 놀람에도 여러 표현이 있다. 귀신 봐서 놀란 것, 로또 복권이 당첨돼서 놀란 것 등. 잠깐 연기해서 모니터를 봤는데 ‘어? 여기서 이렇게 놀라면 안 되잖아’ 싶을 때가 있다. 너무 익숙해서 몰랐던 것이다”라고 답했다.

20세에 연극으로 데뷔한 조진웅은 어느덧 40대 중반이 됐다.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는 달랐다. 파릇파릇했던 20대 생활이 그다지 녹록지 않았기 때문.

개인 매니저가 28세라고 밝힌 조진웅은 “아까 밥 먹는데 다들 매니저보고 부럽다고 하더라. 나는 28세로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1년이라도 젊어지면 좋은 거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싫다. 그때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엔 나의 자양분이 됐지만, 이제는 그렇게 센 열정도 없는 것 같다. 그땐 혼자서 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았다. 괴로운 게 괴로운 건지도 몰랐을 만큼 열정이 있었다. 지금은 많은 걸 재는데 그때는 무조건 들이받았다. ‘이게 잘못됐잖아’ 싶으면 1인 시위를 하고 싸웠다”며 미소 지었다.

과거를 회상하던 그는 전해웅과 자기의 모습이 비슷하다고도 했다. 조진웅은 “스쳐 지나가는 생각인데도 왜 ‘대외비’가 생각날까”라면서 “해웅이가 애초에 2선이 되고 3선이 됐다면 처음처럼 열정적으로 하려고 했을까. 나와 극 중 인물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껴진다. 외롭거나 불쌍하진 않은데 왠지 짠한 게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대외비’는 3월 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home 김하연 기자 iamh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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