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신혼집 보증금을 빌려간 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데...”

2023-03-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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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네이트판에 게재돼 주목받은 게시글
“돈 빌려 간 친구가 죽었답니다”

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 한 누리꾼의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네이트판에 게재된 게시글 / 네이트판
네이트판에 게재된 게시글 / 네이트판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제가 돈 빌려준 친구가 XX을 했어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이날 해당 게시글 작성자 A씨는 "정말 멍하다"며 "저한텐 정말 소중한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가족도 없이 혼자 좋은 직장 취직해서 돈 잘 벌고 열심히 살던 친구였다"고 밝혔다.

작성자에 따르면 이 친구는 몇 달 전 작은 사고에 휘말려 사고 처리를 위해 작성자의 돈 5000만 원을 빌려 갔다. 당시 친구는 자신의 적금 내역을 작성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며 "적금은 이번 달 만기였고 적금 잔액은 9000만 원 정도 있었다"고 알렸다.

다만 A씨는 자신이 친구에게 빌려준 5000만 원에 대해 "제 신혼집 보증금이었다"며 "입주가 12월이라 돈이 있는 상태였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번듯한 직장인 친구라 믿고 빌려줬다. 남편과도 잘 아는 사이고, 남편에게도 현재 친구의 적금 내역 보여주면서 얘기했더니 쿨하게 승낙했다"며 "물론 친구가 차용증은 친구 간에도 써야 된다길래 썼다. 16년 된 친구로 정말 믿었다"고 덧붙였다.

A씨가 회상한 친구는 대인 관계도 좋았으며 자신이 돈을 빌려준 이후에도 자주 만나며 여행도 다녔다.

그러나 A씨는 "근데 친구가 죽었다고 한다. 사인은 극단적 선택"이라며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 슬펐지만 돈은 어떻게 받는 건지 해서 차용증 갖고 유산 중 이 돈은 받기로 돼 있다고 얘기를 했다"고 떠올렸다.

상기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Yupa Watchanakit, shutterstock.com
상기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Yupa Watchanakit, shutterstock.com

하지만 A씨가 경악할 사실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그런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직장은 물론 집도 없던 친구라고 한다. 사는 집은 무보증 단기 임대 방이였고, 직장은 몇 개월 전 단기로 했던 알바가 마지막이었고 거래내역을 살피니 그 앞으로 된 대출이 1500만 원 정도 있고 제가 준 돈으로 먹고 자고 놀고 살 거 사고 생활하던 거였다"며 "대출회사에는 가직장 잡아서 대출받은 거더라. 보여주기식의 직장과 사는 생활들 다 제 돈으로 살던 거더라. 물론 대출이자도 다 제 돈으로 낸 거죠. 몇 달 만에 5000만 원을 모두 축내면서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금 내역은 조작이였다. 문서위조"라며 "당연히 친구에게는 자산이 없으니 제 돈은 물거품이 됐다. 죽은 친구에게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 않나. 죽은 사람한테 배신이다 뭐다 소리 쳐봤자 들을 수 없지 않나. 정말 소중한 친구였는데 지금 너무 허탈하고 망연자실"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이게 모두 꿈인 것 같다. 누구한테 욕을 할 수도 없다"며 "이미 죽은 사람 욕을 누구한테 한들 뭐가 달라질까. 저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며 당장의 입주 보증금도 사라졌으니 죽고 싶다"고 막막한 심정을 드러냈다.

특히 A씨는 "친구는 왜 하필 저였을까. 왜 저한테 그랬을까"라며 "혹시 죽을 생각까진 없었는데 다가오는 날짜에 두렵고 미안해서 저 때문에 죽은 건 아닐까?"하고 부연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상기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Pormezz-shutterstock.com, 뉴스1
상기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Pormezz-shutterstock.com, 뉴스1

이후 그는 후기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공개된 후기 글에서 A씨는 "(친구가) 하늘나라로 간 사실과 정황이 명확하다"며 "지인들의 얘기에 사실을 안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직원분들과 얘기 후에 모든 사실을 안 것"이라고 알렸다.

이어 그는 "가직장이였다는 것도 저축은행 측에서 서류낼 때 등록했던 회사에 통화 후에 알게 된 것"이라며 "지금 생각하면 내용도 적금 내역도 정말 허술한데 너무 믿어서 미처 생각을 못 했나 보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죽은 친구를 두고 액땜이라고 표현하기는 너무 마음 아프다"며 "정말 힘든 삶을 살고 있던 친구가 저로 인해 행복하게 눈을 감았을지 다가오는 날짜에 더 고통에 눈을 감았을지 그 친구만 알겠지요"하고 글을 마쳤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한 누리꾼들은 "'왜 저였을까요'가 아니라 그 친구 모든 지인들에게 연락했는데 마음 착한 당신만 빌려준 것"이라며 "하늘나라 간 친구도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런 것까진 생각해주고 싶지도 않은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편도 알고 있으니 결혼 전에 모든 나쁜 일 액땜했다 생각하시라"며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법이니 그까짓 5000만 원 없어도 산다! 하고 둘이서 더 열심히 살면 된다"고 위로했다.

누리꾼은 "작성자가 지금 너무 자책하고 좌절한 거 같아서 기운 내라고 하는 말"이라며 "한마디 더 해주고 싶은 건 '당신 잘못이 아니야. 너무 마음이 고와서 그런 것뿐이니 힘내세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강민선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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