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줬다 뺏긴 탈락자 행복복권... 동행복권-정부 무슨 사이?

2023-03-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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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수탁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 변경
행복복권→동행복권... 무슨 일이?

차기(2024~2028년) 복권수탁사업을 위한 우선협상자가 뒤바뀌는 유례 없는 일이 발생했다. 내년부터 5년간 로또 등 복권 사업을 운영·관리할 우선협상자가 행복복권 컨소시엄에서 동행복권으로 바뀌었다. 선정됐다가 탈락한 행복복권이 정부와 동행복권 사이에 유착이 형성됐다고 주장하면서 행복복권과 정부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복권위원회 홈페이지
복권위원회 홈페이지

행복복권 컨소시엄은 지난 1월 차기 복권 수탁사업자 우선협상자 심사에서 전체 1위(99.92점/기술 90, 가격 9.92)를 차지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기획재정부가 돌연 행복복권 컨소시엄의 우선협상자 자격을 박탈하고 2위(96.94점/기술 88.5, 가격 8.44)였던 동행복권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정부가 행복복권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 자격에서 박탈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과징금을 낸 내역이 있다는 점 ▲임원 경력을 잘못 기재했다는 점이다.

행복복권은 두 사안이 우선협상자 선정 결과를 뒤집을 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1위 자격을 박탈하는 데는 한 달여가 걸렸지만, 2위였던 동행복권이 자동으로 자격을 얻었다고 발표하는 데는 불과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같은 점을 들어 행복복권은 동행복권과 기획재정부(기재부) 사이에 유착 관계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행복복권, 동행복권
행복복권, 동행복권

행복복권에 문제가 있다는 기재부 판단엔 일부 일리가 있다. 다만 행복복권은 행복복권 대표가 과거 동행복권(2019~2023년 복권 수탁사업자) 인쇄 오류 사고의 공익 신고자라는 이유로 유독 엄격한 판단이 내려진 게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다른 사업자였다면 크게 문제 삼지 않았을 일인데, 보복성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행복복권이 2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행복복권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재부 복권위원회와 조달청을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복권위 관계 공무원과 동행복권 관계자에 대해선 사기, 배임, 직권남용, 복권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 고발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금지와 보호 등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 정부가 행복복권 우선협상권 자격을 줬다가 뺏은 이유

기재부 복권위는 지난달 28일 배포한 설명 자료에서 "행복복권 측이 주장한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복성 불이익 조치는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행복복권 주장과 달리 복권위는 우선협상대상자를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했다. 행복복권을 우선협상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조달청이고, 복권위는 입찰공고 및 관계 규정에 따라 제안서를 실사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을 조달청에 통보하는 역할만 했다고 밝혔다.

(1) 과징금 부과 사실 확인

행복복권을 구성한 11개 컨소시엄 중 헥토파이낸셜이 문제가 됐다. 헥토파이낸셜 최대 주주는 과거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 문제로 임원까지 해임됐지만 제안 서류에 '해당 없음'이라고 기재한 게 문제가 됐다. 복권위는 입찰 참가자 편의를 위해 다른 확인서는 필요한 경우에만 제출하라고 했다. 행복복권은 헥토파이낸셜 최대 주주가 과징금을 부과받았음에도 기타 분야에서 과징금 부과 사실에 '해당 없음'이라고 서약했다.

복권위는 과징금 부과 확인서를 무리하게 요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공정거래, 환경, 노동, 조세 4개 분야에 반드시 과징금 부과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지만, 행복복권은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 'PM 참여'를 허위로 판단

복권위는 행복복권 컨소시엄의 공동대표 취임 예정자의 복권 및 유사 사업 관련 주요 경력 사항도 사실과 다르게 기재됐다고 밝혔다. 대표가 복권·유사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PM(Product Manager)이 아니었지만, PM으로 참여했다고 기재하는 등 총 8건의 허위 사실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복권위는 "부하직원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자신이 PM이라는 주장은 비상식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행복복권 "크게 당락할 문제 아냐... 공익신고자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

행복복권 공동대표 중 1인인 A 씨는 현 수탁사업자 동행복권과 관리감독기관 복권위원회가 공모해 "1등 복권을 빼돌리고 복권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숨기고, 250억 원어치 복권을 사기 판매하고 동행복권의 최대 주주인 '제주반도체'만 이윤을 독식하는 구조의 복권유통자 회사를 설립하는 배임적 경영을 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내부 비리를 공익 신고했던 일이 있다.

행복복권 측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부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한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1) 과징금 부과 관련

행복복권은 복권위 주장과 달리 행복복권의 주주(지분 5%) 헥토파이낸셜의 최대 주주 헥토이노베이션이 2018년 금융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은 법령, 제안요청서, 복권위의 질의 답변상 제출 대상이 아니었다고 2일 반박했다.

복권위 주장대로라면 입찰 참가자들은 무려 279개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기관에 ‘주주사, 주주사의 대표, 주주사의 지배회사, 주주사의 최대 주주 등‘ 각 4인 이상에 대해 도합 5000여 건 이상의 과징금 부과 사실을 일일이 조회, 회신 받아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고 있던 셈이라고 했다.

행복복권은 고의로 숨길 이유도 전혀 없다고 했다. 과징금 확인 의무는 5% 이상의 주주에만 적용되기에 5% 주주인 헥토파이낸셜의 지분을 단 0.001%만 낮춰 4.999%로만 지분 참여를 시키는 방법으로 서류 제출했다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행복복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애초에 숨길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과징금은 헥토파이낸셜이 아니라 그 최대 주주 헥토이노베이션에 부과됐다.

행복복권은 기타 사유에 미기재한 것은 극히 경미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심사에 크게 반영되는 본문이 아니라 주석 사항에 미기재한 것이기에 행복복권의 향후 사업 수행이나 도덕성 평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행복복권은 모든 흠이 우선협상자 지위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배제해야 할 만큼의 중한 흠결이 있는 경우에만 지위 배제를 인정한다는 조달청 예규와 법원의 일관된 태도에도 반하는 '억지 주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행복복권은 "사소한 흠을 사유로 우선협상자를 배제할 수 있게 방치하면 일부 부정한 사업자와 유착한 국가기관이 사소한 흠을 빌미로 선량한 사업자를 배제해 공정하고 투명한 조달 입찰 행정이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2) 행복복권 "PM의 법정 기준도 없으면서 위반을 따질 수 있나?"

복권위는 행복복권 대표 A 씨가 8개 민간계약 프로젝트에 PM으로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참여했다고 제안서에 경력을 기재했다면서 해당 제안서는 허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행복복권은 "허위라고 제시한 프로젝트 8개는 민간 계약에 의한 프로젝트로 실제 A 씨가 모든 프로젝트 업무를 총괄했다. 그 역할을 한 사람을 모두가 ‘PM(Project Manager)’이라고 칭하기 때문에 그렇게 기재했다"라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PM을 엄격한 기준으로 해석한 복권위와 조달청에 반문하기도 했다. 행복복권 측은 "'PM'이란 단어는 Product Manager의 약자냐, 아니면 Project Manager의 약자냐", "PM이 어떤 영어단어의 약자인지, 그 뜻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한 법이 있나?", "‘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 ‘산업기사’, ‘병아리감별사’처럼 PM을 공인해주는 기관이 있나?", "사회에서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프로젝트를 총괄한 사람을 PM이라고 칭하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행복복권 측에 따르면 A 씨는 22년 이상 경력의 복권시스템 전문가다. 전문업체 메타씨앤에스의 설립자(대주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투비소프트' 부사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로또, 스포츠토토 등의 핵심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발 및 운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메타씨앤에스와 투비소프트는 현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의 주주이기도 하다. 동행복권의 제안서와 복권위 보고문서 등 수많은 기록에 A 대표가 복권 관련 프로젝트를 총괄했고, 전문가임을 밝히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런 내용에 따라 메타씨앤에스와 투비소프트는 현재도 동행복권의 일감을 받아 일을 수행하고 있다. 동행복권 제안서에 설명됐을 때는 문제 되지 않았던 A 대표 경력 사항이 행복복권 제안서에서는 문제가 된 셈이다.

행복복권은 "국민 모두가 사용하면서도, 그 직무 범위나 무엇의 약자인지 모호한 'PM'이라는 명칭이 공정한 조달평가에서 1위를 한 사업자 지위를 박탈할 만큼 중요한 단어라고 한다면 왜 이를 규정한 법이 없느냐. 왜 변호사나 공무원처럼 이를 사칭했을 때 처벌하는 법은 없느냐,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한 단어였으면 왜 복권위는 스스로 제안요청서에 PM이란 단어의 의미를 규정하거나 사용 요건을 적시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급기야 "공사 투입 인력 명단에 대통령이 없으니 '경부고속도로를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인 거냐? 회사 사장이나 부사장이 '하청업체 인력 투입명단'에 자기 이름을 넣어서 인건비를 받는 회사가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에 몇 곳이나 존재하겠느냐"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즉석식 인쇄복권인 스피또 1000 참고용 자료 사진 / 복권위원회회
즉석식 인쇄복권인 스피또 1000 참고용 자료 사진 / 복권위원회회

# 2021년 9월 발생한 '스피또1000' 인쇄 오류 이슈의 맹점

2021년 즉석 인쇄복권인 스피또1000에서 인쇄 오류가 발생해 사업자가 20만 장을 회수한 바 있다.

2021년 9월 6일 스피또1000 제58회 복권으로 발행된 4000만 장 가운데 1460만 장이 판매된 상황에서 1000 원에 당첨된 6장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정상 복권의 당첨금 지급을 위한 시스템(PTMS)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복권 그림은 일치하는데 시스템상 당첨 결과가 달라 신고·접수된 사례다. 복권판매지침에 따르면 육안상 당첨 결과와 시스템상 당첨 결과가 모두 일치해야 당첨금을 지급할 수 있다.

당시 판매 사업자인 동행복권 측은 인쇄사업자 전산 담당자가 복권을 정상 인쇄 후 일부 오류가 있는 데이터를 수탁사업자에게 납품한 사실을 확인했다. 동일한 문제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복권을 특정·보고해 사무처는 해당 복권 20만 장 회수를 지시했다. 오류가 신고된 6매에 대해서는 당첨금 각 1000원을 지급했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에 나왔다. 4000만 장이 발행된 상황에서 나머지 복권을 전량 회수한 게 아니라 단 20만 장만 선택적으로 회수해 문제가 발생했다.

흔히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출고율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 출고율은 높은데 아직 1등이 나오지 않았으면 심리적으로 한정된 복권의 개수 안에 당첨자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복권을 더 미친 듯이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8회차 스피또1000 복권의 1등 당첨자는 나오지 않았다. 출고율이 100%였지만 당첨자 1명이 나오지 않았다. 회수한 20만 장 안에 1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복권업계 관계자는 "인쇄 오류로 문제가 된 20만 장 폐기된 복권에 1등 당첨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1등 당첨 1장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해가 바뀔 때까지 58회차 복권을 구매했다. 이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행복복권 관계자도 위키트리에 "대국민 사기나 다름없다. 한 번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동행복권이 계속 사업을 이어가게 하는 건 복권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일이다. 꼭 사업자가 바뀌어야만 한다"라고 호소했다.

위키트리는 처음에 행복복권에 1위 점수를 매기고 차기복권수탁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했던 심사 과정에는 해당 항목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와 관련해 당시 제안서 평가에 참여한 평가위원 측과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조달청 관계자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맞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라는 답변을 남긴 채 이틀의 시간이 지났지만 별 다른 추가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home 한제윤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