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수술 안 한 트랜스젠더도 성별 정정 가능”… 법원, 뭘 보고 남녀 판단할까
2023-03-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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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 수술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허가한 법원
외부 성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 고려해 성별 결정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았어도 성 정체성 판단이 가능하다면 성별 정정을 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남녀를 결정하는 요건에 누리꾼 관심이 쏠린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3민사부(재판장 우인성)는 지난달 15일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A씨에 대해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그렇다면 '자기 선언'과 '성기 수술' 외에 법적으로 남녀를 결정하는 요건엔 무엇이 있을까.

해당 사건을 대리한 장서연 변호사는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은 성별을 결정할 때 성전환수술뿐만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요소, 사회적인 요소, 정신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라면서 "이 사건에서 A씨는 만 17세인 2015년부터 현재까지 8년 동안 꾸준히 호르몬 요법을 이어왔다. 가족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도 오랫동안 여성으로 살아왔다. 무엇보다도 여성으로서의 성적 지속감을 확보했기에 이런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원이 여성이라고 판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외부 성기가 한 사람의 성 정체성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다"라면서 "성기 수술을 강요하면 인권 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그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06년 6월 22일 첫 성별 정정 허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같은 해 9월 6일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 마련됐다.
법원은 이 예규에 따라 성장기부터 반대 성에 귀속감을 느꼈는지, 성전환수술을 받아 성기 등 신체 외관이 반대 성으로 바뀌었는지 등을 성별 정정 허가 요건으로 삼고 있다. 현재까지 성기 수술 여부가 사실상 허가요건이었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이는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개정 전에는 가족관계증명서, 2명 이상 정신과 전문의 진단서나 감정서, 성전환 시술 의사 소견서, 생식능력 없다는 전문의 감정서, 2명 이상 성장 환경 진술서 및 인우 보증서 등을 반드시 제출해야 했지만 현재 '참고용 제출 가능 서류'로 변경됐으며 '2명 이상'을 요구하던 조건도 없어졌다.
이렇게 예규가 개정되는 과정에서 같은 사례를 놓고도 법원이나 배당 판사의 재량에 따라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의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또한 이번 판결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군대 기피, 여성 스포츠 경기의 공정성 파괴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회 혼란을 바로잡을 명시적인 법률과 규정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