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모르고 쓰는 일상 속 외래어 모음, 이렇게나 많았습니다

2023-03-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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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인 줄 알고 쓴 일상 속 외래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의 유래

문제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다음 중 외래어를 골라보세요.

① 담배 ② 조끼 ③ 고구마 ④ 아르바이트 ⑤ 업진살

다들 답을 찾았나요? 혹시 '④ 아르바이트'를 택했나요? 정답은 ①번부터 ⑤번까지 전부입니다. 답을 맞힌 분이 있나요? 그렇다면 정말 세종대왕도 엄지를 추켜세울 만한 척척박사로 인정하겠습니다. 다수는 이 정답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문제엔 오류가 없답니다. 오답자가 많을수록 우리가 일상에서 외래어인 줄 모르고 쓰는 말(단어)이 많다는 소리겠지요.

여러분은 얼마나 외래어를 자주 사용하나요? 외래어라는 사실은 알고 쓰나요?

외래어인 줄 모르고 외래어를 남발하는 '외알못'을 위해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외래어들을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아마, 모두 깜짝 놀라게 될 거예요.

외래어란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말로 널리 쓰이는 단어다.

외국어와 다르게 우리말로 바꿔 쓸 만한 대체 단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라디오나 리모컨처럼 외국 문화 혹은 문물이 들어오면서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우리말로 굳어진 것들이다. 오래 쭉 사용되다 보니 태생(?)이 잊힌 말들도 있다.

순우리말이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한 단어도, 당연히 영어인 줄 알았으나 전혀 다른 국가에서 유래한 단어도 있다.

포르투갈어      '뻐웅·팡(Pão)'에서 유래한 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Master1305-Shutterstock.com
포르투갈어 '뻐웅·팡(Pão)'에서 유래한 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Master1305-Shutterstock.com

□ 빵·조끼·담배 (포르투갈어)

빵을 영어로 하면 '브레드(Bread)'다. 학창 시절 영단어장에서 이걸 암기한 사람이라면 브레드의 우리말이 '빵'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빵은 사실 포르투갈어 '뻐웅·팡(Pão)'에서 유래한 외래어다. 프랑스어인 '뺑(Pain)', 스페인어 '빤(Pan)'이 어원이라는 설(說)도 있으나, 순우리말과는 거리가 멀다.

조끼도 마찬가지. 영어로 하면 '베스트(Vest)'인 까닭에 순우리말이라 착각할 수 있지만 포르투갈에서 온 말이다. '~끼'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에 일본어로 아는 사람도 있긴 한데, 이것도 절반은 맞다. '자크(jaqué)'라는 포르투갈어를 일본인들이 '춋키(チョッキ)'라고 재해석해 불렀고, 한국에 '조끼'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걸로 전해지고 있다.

담배도 포르투갈에서 유래한 외래어다. 태초에 멕시코 인디언이 '타바코(tabaco)'라고 부르던 것을 포르투갈이 일본에 전파했고, 일본에서는 이를 '다바꼬(たばこ)'라고 불렀는데 한국에 들어오면서 '담배'로 변형됐다.

□ 고구마·구두·가방 (일본어)

일본 잔재는 우리말 곳곳에 녹아 있다. 오뎅(어묵)·다대기(다진 양념)·와리바시(나무젓가락)·요지(이쑤시개)·기스(흠집)·가오(체면)…. 다들 아는 이런 말 말고도 예상치 못한 단어들이 일본에서 왔다.

일본어      '고코이모(こうこういも)'에서 유래한 고구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K321-Shutterstock.com
일본어 '고코이모(こうこういも)'에서 유래한 고구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K321-Shutterstock.com

일본어 '고코이모(こうこういも)'에서 유래한 고구마가 대표적이다. 쓰시마 섬 방언인 '고코이모'는 효(孝)를 뜻하는 '고코'와 감자나 고구마 등 덩이뿌리를 부르는 '이모'가 합쳐진 말이다. '흉년에 부모를 먹여 살린 효도 구근'이란 의미를 지녔다. 이 '고코이모'가 한국식으로 발음되면서 고구마가 됐다.

구두나 가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양에서 들어온 신발이란 의미에서 태초에 '양화(洋靴)'라고 불렀으나, 일본 영향을 받아 '구두'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일본어 '쿠츠(くつ)'는 신발을 통칭하는 말이지만, 한국에서는 가죽으로 만든 신발만 구두라고 부르고 있다. 가방도 일본어 '카방(かばん)'에서 유래했다.

□ 순대·선지·사돈·엉터리 (만주어)

이미 사라진 언어지만 그 흔적이 우리말에 남아 있는 것도 있다. 여진족의 후손이자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이 쓴 언어, 바로 '만주어'다.

현재는 '중국 동북부 오지에서 노인 10명만 만주어를 쓴다'라면서 죽은 언어 취급을 받지만, 우리가 정말 자주 쓰는 단어 중에 만주 출신 외래어가 있다.

만주어 '셍지 두하'에서 유래한 순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pnp studio-Shutterstock.com
만주어 '셍지 두하'에서 유래한 순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pnp studio-Shutterstock.com

상상도 못 했겠지만 '순대', '선지' 등이다. 만주어로 선지 'ᠰᡝᠩᡤᡳ(senggi, 셍지)'는 피를 뜻한다. 피와 창자가 합쳐진 'ᠰᡝᠩᡤᡳ ᡩᡠᡥᠠ(senggi duha, 셍지 두하)'가 순대의 유래다.

터무니없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흔히들 '엉터리'란 말을 쓰곤 하는데, 이 단어도 'ᠣᠩᡨ᠋ᠣᡵᡳ (Ongtori, 옹토리)'라는 만주어에서 왔다.

이외에도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를 뜻하는 우리말인 '사돈'이 만주어 'ᠰᠠᡩᡠᠨ(sadun, 사둔)'에서 왔다는 설도 있는데, 만주에서 사돈은 일가친척을 부를 때 쓰는 말이었다.

소고기 부위 중 하나인 '업진살'은 몽골어 '업지운'에서 따온 이름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gowithstock-Shutterstock.com
소고기 부위 중 하나인 '업진살'은 몽골어 '업지운'에서 따온 이름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gowithstock-Shutterstock.com

□ 소고기 업진살 (몽골어)

순대가 만주어라는 걸 알고 화들짝 놀란 사람이라면, 여기서 또 한 번 입을 틀어 막을 수밖에 없다.

소고기 부위 중 하나로, 지방이 많아 풍부한 맛을 내는 '업진살'은 몽골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업진살의 '업진'이 한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몽골어 '업지운(ebči'ün)'에서 따온 것이다. 업지운은 엎드렸을 때 바닥에 닿는 부위란 뜻으로, 소의 가슴 쪽에 붙은 살을 일컫는다.

이 업진에 살코기의 '살'이 붙어 '업진살'이란 명칭이 만들어진 것이다.

□ 영어인 줄 알았던 외래어 모음

영어로 착각하기 쉬운 외래어도 꽤 많다. '아르바이트'나 '알레르기'가 대표적이다.

아르바이트는 독일어로 '일(Arbeit)'을 의미한다. 우리는 영어의 '파트 타임(part-time job)'처럼 아르바이트란 말을 쓰지만, 실제로 독일어의 아르바이트엔 '임시 일자리'란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그리스어 '알레르기아(αλλεργία)'에서 유래한 '알레르기(Allergie)'도 독일어 표기대로 쓰는 외래어다. 일부는 영어식으로 '앨러지', '알러지'라 쓰기도 하는데 우리말에서는 이를 비표준어로 본다. 규범 표기는 '알레르기'가 맞다.

'깁스'는 영어라고 흔히들 착각하지만, 사실은 독일어에서 유래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J.AMPHON-Shutterstock.com
'깁스'는 영어라고 흔히들 착각하지만, 사실은 독일어에서 유래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J.AMPHON-Shutterstock.com

다칠 때 하는 '깁스(Gips)'도 독일어 중 하나다. 독일어로 기브스(Gibbs)는 석고를 뜻하고, 석고 가루를 굳혀서 단단하게 만든 붕대를 깁스라고 부른다. 실제로 영어권 사람들은 깁스라고 하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깁스는 영어로 '캐스트(Cast)'다.

그 외에 다수가 영어로 알고 있는 외래어로는 △로봇(robota, 체코어) △요구르트(yoğurt, 이하 튀르키예어)·샤베트(Şerbet)·키오스크(köşk) △좀비(nzambi, 콩고어) 등이 있다.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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