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흥부전… 담배 피우러 나왔다가 우연히 특이한 '새' 발견한 남성
2023-03-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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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조류 갤러리에 올라온 글
'인디언 추장새'라고도 불리는 여름 철새 후투티
한 네티즌이 우연히 날개 골절을 입은 새를 발견하고 구조에 나섰다.

지난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조류 갤러리에는 '담배 피우러 밖에 나왔다 새 주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A 씨는 "부상당한 후투티. 소독하고 집을 만들어서 지렁이 50여 마리랑 종이컵에 물을 부어서 넣어줬는데 살는지 모르겠다"며 "고양이한테 물려서 한쪽 날개가 완전 골절됐다. 이런 새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 있냐"고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날 A 씨는 다시 글을 게재하며 후투티의 구조 후기 글을 남겼다.
A 씨는 "사진 찍고 뭐 할 틈도 없었다. 일단 우리 동네 자체가 너무 시골이라 아직도 하천에 오리들이 넘친다. 매도 자주 출몰하고 고라니도 하루에 두세 번씩은 볼 수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일단 구조센터에서 연세 지긋하신 분이 오셨다. 후투티는 여름 철새인데 웬일로 일찍 왔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일단 새가 아주 잘 뛰어다니고, 날개가 부러졌는데도 파닥파닥 잘 다녀서 예후가 좋을 거 같다고 하셨다. 운 좋으면 뼈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셨고 날 수 있을지는 수의사가 봐야 알 거 같다고 한다"며 "일단 크게 다쳤지만 12시간 넘게 잘 버텨줬고 1시간 간격으로 페트병에 뜨거운 물 받아서 수건으로 감싸 갈아줬다. 다음에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로 문의하면 경과가 어떤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정말 흔치 않은 새라 감사하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나도 꿀잠을 잘 수 있을 거 같다. 보낼 때 기진맥진하면 어쩌나 했는데 완전 팔팔하게 갔다"며 "나중에 날 수 있게 돼서 야생으로 돌아간다면 박씨 하나 가져다줘라. 잘 살아서 꼭 야생으로 가길!"이라고 마무리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문의하면 경과도 알려주는구나. 멋진 일 했다 후투티도 잘 버텨줘서 정말 다행이고", "상처 심해 보여서 걱정했는데 팔팔하다니 다행이네! 복 받아라!!", "눈에 생기가 있어서 다행이다. 꼭 왕박씨 받아라" 등 반응을 남겼다.


후투티는 머리와 깃털이 인디언의 장식처럼 펼쳐져 있어 '인디언 추장새'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뽕나무밭 주변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오디새'라고도 불린다. 주로 땅강아지나 애벌레를 긴 부리로 땅을 헤집어 잡아먹는다.
후투티는 과거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여름 철새였지만 점차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겨울에도 종종 발견된다. 일각에서는 이제 철새가 아니라 텃새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후투티는 조류 전문가로 유명한 윤무부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새이기도 하다. 2010년 레이디경향 인터뷰에 따르면 윤 교수는 어릴 적 우연히 정체 모를 새를 발견했는데 그 모습에 매료돼 "평생을 새와 함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새의 주인공이 바로 후투티다.
윤 교수는 "새들은 국경도 없고 이념도 없고 어디든 훨훨 날아다닐 수 있지 않냐. 저는 생이 끝나면 후투티로 살고 싶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