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정점 찍었는데... '나혼산', 수면내시경 희화화 우려
2023-03-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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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 혼자 산다' 팜유즈 수면내시경 장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목받은 글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치트 키처럼 사용하는 수면내시경 장면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나 혼자 산다'뿐 아니라 모든 TV 프로그램에서 내시경 중 수면 상태를 희화화하는 것 너무 불편하다"라는 글 한 줄이 주목받았다. 이 글이 주목받자 해당 글을 인용해 공감하는 내용의 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미디어에서 수면 내시경을 희화화하니까 내시경실 직원들은 수검자들의 이상한 요청을 적잖이 듣는다. 수면내시경 반응을 찍어달라고 한다든지, 녹음을 켜고 검사를 한다든지, 누구 옆에 누워 있으면 안 되냐고 한다든지, 검사하는데 같이 들어가서 보면 안 되냐고 한다든지 등.. 일하는 입장에서 짜증난다"
"수면내시경 중에 발생하는 일들도 결국 프라이버시이고, 의료 행위 중에 발생하는 일인데 방송에서 희화화하는 것도 불편하고 '제작진이 이번 주에 아이디어 안 나와서 치트 키로 또 저러네'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모두가 저런 거 아니라고 하는데 왜 유독 방송에서는 저러나 싶기도 하다"
"시청자가 '나도 내시경 받으면 저렇게 헛소리하겠지' 하면서 은연중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의 모습을 콘텐츠화해 소비 당해야만 하는 당사자들에게 너무 비인간적이다"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이 공감을 얻었다. 내시경 검사실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SNS 이용자는 "여러분 의료진은 저 수면 마취 상태의 환자분들이 무슨 말을 하든 관심 없고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그냥 적당히 응수하면서 일한다. 걱정하지 말고 내시경 검사받으시길 바란다"라고 권했다.
앞서 지난 24일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제1회 팜유 피지컬 심포지엄' 2탄이 전해졌다. 이날 방송은 시청률 전국 8.9%, 수도권 10%로 예능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2049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5.6%로 금요일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제1회 팜유 피지컬 심포지엄의 하이라이트 내시경이 전해졌다. 박나래는 내시경 도중 번쩍 눈을 뜨고 "와인바 아니에요?"라고 묻고, 무지개 회원 코드 쿤스트를 애타게 찾았다. 이 외에도 "선생님, 지금 X이 나와요", "이거 기네스북에 나와요"라는 등 헛소리를 계속해 스튜디오를 초토화시켰다. 당연히 박나래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알지 못했고, 스튜디오에서 처음 확인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현무는 마취제 효과를 못 느끼면 어떡하느냐고 고민했지만 곧바로 코를 골면서 숙면에 빠졌다. 그는 대장내시경 이후 회복실에서 '엉덩이가 아프다'는 말을 무한 반복했다. 전현무도 "저런 얘길 내가 왜 해, 내 입으로 이야기했다고?"라며 깜짝 놀랐다. 이장우도 수면내시경 중 벌떡 일어나 "음식은 답이 없어"라며 무의식중에 음식 철학을 꺼내놨다. 급기야 검사를 진행하던 의사에게 "X꼬 찌르시는 거예요?"라며 소통하듯 대화하기도 했다. 추후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그는 "주사 맞자마자 잠들었다. 아무 느낌 없이 푹 잘 잤다"라고 말해 경악하게 했다.
이 장면을 본 시청자는 "나도 (수면내시경) 두려워서 못 하겠다. 하고 싶지 않다", "나도 헛소리하고 헛짓할까 봐 내시경 꺼리게 된다", "예능에서 저런 게 많이 나오니까 확실히 못 하겠다는 사람 많이 봤다", "나도 내시경 경험 없는데 방송 보고 내 비밀 줄줄 말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 "내가 진짜 이상한 말 하면 어떡하지 생각했다", "내가 무슨 소리 할지 너무 무섭다"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불편한 것 참 많다", "연예인 아니라서 별 생각 안 든다", "생각보다 헛소리 하는 사람들 많지 않다" 등 반응도 나타났다.

'나 혼자 산다'뿐만 아니라 종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의 수면내시경 과정을 전달한다. 앞서 같은 프로그램에서 기안84, 이시언 등도 비몽사몽한 와중에 헛소리를 하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냈고, KBS2 '1박 2일', KBS2 '홍김동전' 등에서 건강검진·수면내시경을 콘텐츠로 한 장면을 내보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예능 프로그램 속 연예인들은 수면내시경 도중이나, 마취가 풀리면서 저마다 헛소리를 한다. 정작 이들은 기억도 하지 못한다. 대부분 웃어 넘길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아직 수면내시경을 경험하지 않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TV 속 저들처럼 자신도 수면내시경 중 헛소리를 해놓고 기억조차 못 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기쁨병원에서 제공한 내용에 따르면 수면내시경 중 이상 행동이나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대부분은 조용히 잠을 자고 일어난다. 수면 중 돌출 행동을 하는 건 수면이 충분히 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병원마다 수면 방법과 사용하는 약제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해졌다.
심한 움직임, 헛소리 등 의학적으로 수면내시경 중 발생하는 이상행동을 역설 반응이라고 말하는데, 수면내시경을 위해 사용하는 약물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수면내시경에는 주로 진정·수면 효과가 있는 미다졸람이 이용된다. 미다졸람 역설 반응률은 5% 내외다. 이런 미다졸람 역설 반응은 원인이 분명하지 않아 예측하기 어렵다. 과거 미다졸람 역설 반응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미리 의료진에 말하고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이용하거나 비수면 내시경을 선택하는 방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