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소환되는 만우절 장난 모음… 역대급만 모아봤습니다

2023-04-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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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하루, 맘 편히 거짓말하는 '만우절'
선 넘는 장난으로 논란 겪은 연예인들 모음

거짓말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상황에 따라 선한 의도로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선의의 거짓말'이란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어쨌든 누군가를 사실이 아닌 말로 속였다는 데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거짓말의 의도는 달리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거짓말에 속았다는 걸 기분 좋게 여길 사람도 그리 많진 않다.

다만 1년 365일 중 단 하루, 모두가 이 거짓말에 관대해지는 날이 있다. 바로 4월 1일, 만우절이다.

서양의 <에이프릴 풀스데이(April Fools' Day)>에서 유래한 만우절은 언제부턴가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날로 자리 잡았다. 그 덕에 1년 중 가장 사랑 고백을 많이 하는 날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면 "오늘 만우절이잖아!"란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상황도 유쾌하게 넘길 수 있는 찬스 같은 이 '만우절 카드'는 잘 쓰면 유용하지만, 함부로 썼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아무리 만우절이더라도 우리는 또 선 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예(禮)를 아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그런 민족 특성(?)을 간과하고 만우절 장난을 쳤다가 봉변당한 유명인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작은 재미를 주려다 되레 호된 시련을 겪은 유명인의 만우절 장난들을 모아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전 세계에 확산한 2020년. 만우절 거짓말로 홍역을 치른 그룹 JYJ 멤버 김재중 / 이하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전 세계에 확산한 2020년. 만우절 거짓말로 홍역을 치른 그룹 JYJ 멤버 김재중 / 이하 뉴스1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JYJ 김재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기 시작한 2020년. 그 해 만우절은 꽤 요란했다.

전날(2020년 3월 31일) 기준 전 세계에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79만 명, 한국에선 9786명이 확진된 상황이었다. 국내 누적 확진자 수가 3000만 명(올해 1월 기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아무도 알지 못했던 때다.

확진자가 1명씩 늘 때마다 사람들의 걱정도 같이 쌓여가던 그 시절, 그룹 JYJ의 김재중이 일을 내고 말았다.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김재중이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의 내용은 이렇다.

"저는 코로나19호 바이러스에 감염됐습니다. 정부로부터, 주변으로부터 주의받은 모든 것들을 무시한 채 생활한 저의 부주의였습니다. 개인의 행동이 사회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저로 인해 또 감염됐을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지내왔던 바보 같은 판단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버렸습니다. 한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많은 과거를 회상하며 감사함과 미안함이 맴돕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너무 많은 사람이 보고 싶어요...."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나의 누군가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너무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나는 아니겠지' 하고 무방비 상태로 거리를 활보하고 생활하는 너무 많은 사람으로 인해 내 가족, 지인이 아플까 봐 너무 걱정되는 마음. '나 자신과 내 주변은 안전하겠지'라는 착각이 나와 주변에 모든 것을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가까운 지인, 관계자분 등 바이러스 감염자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절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주의로 인한 슬픈 예감이 현실이 됐을 때 그땐 눈물 씻어내고 끝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시점의 경각심... 마음에 새기고 새깁시다. 만우절 농담으로 상당히 지나치긴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분이 걱정해 주셨습니다. 참... 이 글 절대 만우절 장난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아프고 죽어갑니다. 절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나를 지키는 일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글로 인해 받을 모든 처벌 달게 받겠습니다. 모두가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확진된 것처럼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린 김재중은 몇 시간 뒤 '거짓말'이었음을 스스로 알렸다.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문제의 글을 썼다고 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가 창궐해 세상이 발칵 뒤집힌 상황에 '영웅'이 되고 싶었던 걸까? '왜 하필 만우절에?'라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그 의도가 어땠든 간에 지나쳤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만우절에 장난한 것을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것도 공식적이진 않지만 이때가 최초였을 거다.

과거 전적도 여럿의 화를 돋우는 데 한몫했다. 김재중은 대만 가오슝에서 콘서트를 연 2017년 4월 1일 공연 도중 바닥에 쓰러져 관중을 놀라게 했다. 공연이 중단되고 경호원이 무대 위에 뛰어 올라오는 등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후 음악이 다시 흘러나오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김재중은 멀쩡하게 무대에 다시 섰고, 모든 건 '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 위한 만우절 이벤트'였다.

2014년엔 한 여성의 볼에 입 맞추는 사진과 함께 "3년 안에 결혼한다"는 결혼 발표 글을 트위터에 올려 팬들을 놀라게 했다. 역시 만우절 장난이었다.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모델 헤일리 비버 부부 / 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모델 헤일리 비버 부부 / 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 비밀 결혼식 올린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가짜' 임신 발표

좋아하는 연예인의 갑작스러운 열애·결혼 발표 소식을 접하면 팬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팝가수 저스틴 비버가 2018년 9월 모델 헤일리 비버와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이 두 달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을 때도 그랬다. 전 세계 팬들은 축하를 보내면서도 뒤늦게 전해진 소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런데 이듬해 4월 비버가 SNS에 공개적으로 새 소식을 올렸다. 부인 헤일리가 임신했다는 소식이었다.

비버는 "만약 만우절 장난인 줄 알았다면..."이라는 내용의 문구와 함께 태아 초음파 사진과 부인의 병원 진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게시물엔 팬들과 지인들의 축하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그러나 그가 곧이어 SNS에 올린 게시물에 사람들은 망연자실했다. 초음파 사진에 강아지가 합성된 사진과 함께 "오 마이 갓, 이건 만우절 장난이야"라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일부는 그저 만우절 거짓말일 뿐이라며 웃어넘겼지만, '무례한 농담'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팬은 댓글을 통해 "유산을 경험한 부모에겐 전혀 재밌지 않은 농담", "불임과 난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하세요", "이게 재밌나요? 정말 경솔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박정수) / 뉴스1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박정수) / 뉴스1

□ 만우절 맞이 이벤트 했다가 봉변당한 슈퍼주니어 이특

만우절을 맞이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가 애먼 사람에게 피해를 준 연예인도 있다. 슈퍼주니어 이특(박정수)이다.

이특은 2012년 만우절, 트위터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 마지막 세 자리를 지운 나머지를 공개했다.

세 자리 번호만 맞히면 이특과 통화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은 팬들은 그의 전화번호 뒷자리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 추측을 하던 중 그의 트위터 아이디에 붙은 숫자 '1004'에서 힌트를 얻었다.

실제로 일부 팬들은 이특이 공개한 나머지 번호와 조합해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팬들이 이특의 거라고 착각한 이 번호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아닌 밤중에 수백 통의 전화 폭격을 맞은 사람은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2012년 트위터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만우절 이벤트를 한 이특.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 올라온 당시 사진 / 더쿠-트위터
2012년 트위터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만우절 이벤트를 한 이특.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 올라온 당시 사진 / 더쿠-트위터

팬들의 연락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피해가 지속되자, 이특은 트위터에 자신의 진짜 번호 11자리를 전부 공개하고 "인기스타 이특의 번호입니다. 100% 리얼입니다. 이제 허위 번호에 속지 말고 여기로 연락해주세요"라며 주위를 딴 데로 돌렸다. 실제로 자기 전화번호이기도 했다.

제대로 된 번호를 알게 된 팬들은 작정하고 이특에게 연락을 쏟아냈고, 결국은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특은 "과부하로 전화기 사망", "이제 전화기 꺼져서 안 켜져요. 오늘 다들 즐거우셨다면 전 괜찮아요"라는 트윗 글을 추가로 올리며 만우절 이벤트를 마무리했다.

그가 팬들과 즐거운 추억을 남기려 한 이 만우절 이벤트는 누군가에겐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게 됐다.

□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했던 강원래의 거짓말

모두가 사실이었으면 하고 바랐던 거짓말도 있었다.

2000년 11월 서울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강원래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고 그 후로 쭉 휠체어 생활을 했다.

그런데 만우절을 하루 앞둔 2013년 3월 31일 밤. 그가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올리면서 여럿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2013년 3월 31일 오후 강원래가 트위터에 올린 글과 사진 / 이하 강원래 트위터
2013년 3월 31일 오후 강원래가 트위터에 올린 글과 사진 / 이하 강원래 트위터

휠체어에서 일어나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양쪽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음악을 듣고 있는 강원래의 모습이 공개되면서다.

강원래는 사진과 함께 "나 사실 걸을 수 있는데 클론 활동하기 싫어서 일부러 13년째 앉아있다"란 내용의 글을 올렸고, 팬들은 어쩐지 슬픈 그의 농담에 눈물을 훔쳤다. 휠체어를 세워 몸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도 여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강원래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더 했다.

여러 해가 지난 뒤에도 온라인에선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하는 만우절 거짓말 1위'로 강원래의 이 거짓말이 회자하기도 했다.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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