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을 너무나 좋아해 '대한일본놈'으로 불리는 일본인
2023-04-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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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왜구' 이가와 요시키 폭풍 화제
“죄를 추구하는 尹은 최악의 대통령”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물꼬를 튼 양국 관계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고수한 일본 역사 교과서 악재로 다시 꼬이고 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한일관계 속에도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 관심있는 일본인은 여전히 많다. 친한파를 넘어 명예 한국인 그 자체인 일본 인플루언서가 국내 온라인에서 화제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상에서 '대한일본놈', '도착왜구'로 불리는 이가와 요시키(32) 씨가 주인공이다.
대한일본놈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모습으로 주목받은 울프 슈뢰더의 별명 '대한미국놈'에서 따왔다. 울프 슈뢰더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출신의 미국인으로 국내에서 e-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착왜구는 일본 입장을 옹호하는 한국인을 비하할 때 쓰이는 단어인 ‘토착왜구’를 비튼 말이다. 직역하면 한국에 도착한 왜구라는 의미로, 자주 방한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의 게시글을 보면 진성 한국인이 아니면 모를 정도로 한국에 관한 사소한 것까지 꿰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에 조예가 깊고, 국내 인터넷 밈(유행 콘텐츠)도 해박하다. 2021년 한글능력검정시험 3급에 합격할 정도로 한국어 실력도 우수하다.
그래서 일본인 코스프레하는 한국인이라거나, 재일한국인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국적을 가진 순도 100% 일본인이다.
그는 2019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를 통해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 친구를 사귀었으며, 한국 역사를 배웠고, 한국 정치를 알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트위터가 없었다면 일본 언론을 그냥 믿었을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트위터로) 내 인생은 풍요롭게 됐다"고 했다. 현재는 트위터는 접고, 활동 무대를 인스타그램으로 갈아탔다.
'한국 사랑'은 어머니로부터 비롯됐다. 한국을 좋아하는 어머니와 함께 중학생인 14세 때 처음 찾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그는 이렇게 기억한다.
"처음 왔을 때 한국어도 모르고 말할 수도 없었는데, 식당에서 옆 테이블 분이 '뭐 먹고 싶냐'고 제스처로 도와줬어요. 그게 한국의 첫인상이었어요. 길 잃었을 때도 도와주셨고요. 다들 모두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니 그게 가장 감동적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이 왜 좋냐'는 물음에 친절함을 꼽았고,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감자탕이라고 답했다. 부대찌개 마니아인 울프 슈뢰더와 대비된다. 실제 그의 소셜미디어(SNS)엔 감자탕 시식 인증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2019년 한국으로 향한 그는 트위터에 "바이바이(Bye Bye) 아베(당시 현직 총리). 난 이번 달도 국외 도망할 거야. 고로 가츠동(돈가스 덮밥) 먹을 걱정(고민) 없이 지낼 수 있어"라는 익살스러운 글을 남겼다. 한국에 도착해서는 "서울 도착! 도착왜구! 역시 먼저 감자탕이지~"라며 서울 한 감자탕집에서 끓고 있는 감자탕 사진을 투척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 거주 중인 그의 정치 성향은 반제국주의, 친 진보 쪽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민당 쪽을 싫어하다 보니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빗대 비꼬는 게시글도 눈에 띈다. 한국 정치인 중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윤 대통령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깎아내린다. 이달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윤 대통령에 대해 "정치인 주제에 외국(일본) 정권에 동조해 한국인 인권을 무시하고, 검찰 출신인 주제에 죄를 '추구'한다"며 "친일뿐인 정치 신념(을 갖고 있다)"고 혹평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조별 리그를 통과하자 "뼛속까지 한국충 요시키입니다. 월드컵 한국 16강 축하합니다'라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이주를 앞두고 가족들과 일본에서 가진 최후의 만찬. 메뉴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삼겹살에 소주'다
그는 "왜 마지막 가족 식사가 일식이 아니라 한식이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방사능이 섞인 한식은 일본을 빼고는 먹을 수 없어 특별한 거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은 "탈 왜국 축하드려요"라는 댓글로 화답했다.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이 줬다는 유관순 열사 우표도 인스타그램에 걸었다.
그는 "이분 출신지인 충남 천안시에 기념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꼭 한번 가보고 싶다"며 누리꾼들에게 "천안시와 주변 지역에서 (방문해 볼) 추천하는 곳 있으면 꼭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한국 관심은 여전한 듯하다. 그는 최근 집 근처 마트에서 산 김치를 구운 닭고기, 맥주와 흡입했다는 일상 속 작은 행복 소식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