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시대착오적, 국민과 팬을 도외시하는 처사” 한준희, 축협에 매서운 일침 가했다
2023-03-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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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결정했다는 워딩도 적절하지 않다”
“축구는 우리 사회에서 공공재 성격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준희 축구해설위원이 대한축구협회의 축구인 100명 사면 논란에 관해 입장을 밝혔다.
30일 유튜브 '원투펀치'에 '대한축구협회 징계 사면 논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한준희 위원은 이번 논란에 관해 솔직한 입장을 밝히며 "합리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처사"라고 소신 발언했다.



한 위원은 "대통령과 정부가 사면권을 행사할 적에도 먼저 여론과 향배를 조심스럽게 살핀 이후에 정말로 신중하게 사면권을 행사한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과 상식의 기준이 옛날 시대에 비해서 엄청나게 합리적으로 지금은 높아져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래서 당연히 어떤 사면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는 누구나 정말 신중해지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과연 이번 사면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 기준들에 적절히 부합하는 것인지 일단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이번 사면이 '축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결정됐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오히려 이런 워딩은 축구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축구계 전반의 이미지를 오히려 나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왜냐하면 축구계가 마치 형님 좋고 아우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런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끼리끼리 모여서 이런 중요한 문제를 결정한다는 인상을 풍기기 때문에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결정했다는 워딩도 그다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오늘날의 대한축구협회는 대한민국의 모든 스포츠 단체를 통틀어서 가장 거대한 규모고 가장 큰 규모의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다. 오늘날의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전체 축구계를 이렇게 크게 성장시킨 원천이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은 역시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응원 그리고 축구 팬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결국은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계가 오늘날의 여러 가지 큰 규모의 재정과 또 영예를 누리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만약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응원이 없었다면 축구장의 관중이 지금처럼 모여들지도 않을 것이고 거대한 규모의 스폰서가 붙지도 않을 거다. 결국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해볼 때 축구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공공재의 성격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까 축구라는 존재를 축구계만의 어떤 사유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 같은 경우도 '축구계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축구계에서 알아서 처결하겠다. 외부에서는 가만히 있어' 이런 식의 마인드가 만약 존재한다면 매우 시대착오적이고 축구를 지금까지 있게끔 하기에 정말 노력하고 성원해왔던 국민들과 팬들을 도외시하는 합리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처사라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승부조작에 관련된 48명의 사면은 당연히 문제지만, 나머지 52명에 관한 의문점도 국민들의 뇌리에는 계속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꼭 드려야 할 것 같다"라며 "과연 이 52명은 어떠한 유형의 비위를 어떻게 얼마큼 저질렀길래 징계받았고, 또 어떤 유형의 비리를 얼마큼 저지른 사람들인데 지금 과연 사면을 시켜주는 게 옳은 것인가. 당연히 국민들과 축구 팬들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 아니겠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유형의 비위를 얼마큼 저질렀다는 부분은 적어도 공개돼야 국민들이 과연 이번 사면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거로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번 사면에 관해서는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더 크게는 우리 축구계 전체가 조금 더 심사숙고하고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이 근원적으로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마무리했다.
앞서 축구협회는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어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의결했다.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제명된 선수 50명 중 48명도 포함됐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축구협회는 우루과이 평가전을 불과 2시간 앞두고 대규모 사면을 기습 단행해 축구 팬들의 비난을 샀다. 사면자 명단 공개도 거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