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되지 않은 10년…’R to V’로 입증한 레드벨벳의 내공 [위키VIEW]
2023-04-0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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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5개월 만에 콘서트 개최한 레드벨벳
서울 공연 성료…글로벌 투어 나선다
“홀린 듯 날 따라와 모두 환호해, 다른 건 신경 쓰지 마. 내 목소리에 집중해.” (레드벨벳 정규 2집 리패키지 'The Perfect Red Velvet' 타이틀 곡 ‘Bad boy’ 중)
그룹 레드벨벳(Red Velvet)이 3년 5개월 만에 개최한 콘서트에서 1만 4천여 명의 관객들을 제대로 홀렸다. 175분이 그야말로 순삭(순간 삭제)됐다.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레드벨벳(웬디, 아이린, 슬기, 조이, 예리)의 네 번째 단독 콘서트 ‘알 투 브이(Red Velvet 4th Concert : R to V)’가 열렸다. 2019년 11월 세 번째 단독 콘서트 ‘라 루즈(La Rouge)’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열린 공연이다.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양일간 개최된 서울 공연에는 약 1만 4천여 명이 운집했다.
이날 레드벨벳은 ‘R to V’라는 콘서트 타이틀에 걸맞게 톡톡 튀는 ‘레드(Red)’ 콘셉트와 매혹적인 ‘벨벳(Velvet) 콘셉트를 아우르는 무대들로 이번 공연을 꽉 채웠다. 첫 공연은 ‘레드로’시작해 ‘벨벳’으로 이어졌지만, 마지막 공연은 ‘벨벳’’에서 ‘레드’로 이어지는 형태로 세트리스트를 변주했다.
뜨거운 함성 속에 올블랙 착장으로 등장한 레드벨벳은 미니 6집 ‘Queendom’ 수록곡 ‘포즈(Pose)’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수록곡 ‘Beg For Me’, ‘ZOOM’ 무대를 이번 콘서트에서 최초 공개했다. 세 곡을 연달아 선보인 레드벨벳은 국내 팬들은 물론, 해외에서 온 팬들을 위해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인사를 건넸다.

조이는 “콘서트를 설명해 드리려고 한다. 이번 공연 타이틀이 ‘R to V’, 레드부터 벨벳까지다. 저희가 강렬한 레드 콘셉트부터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벨벳 콘서트까지 잘 소화할 수 있는 그룹으로 유명하지 않나. 그걸 제대로 보여드리려고 ‘R to V’라는 타이틀로 콘서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리더인 아이린은 “콘서트를 3년 반 만에 여는 거다. 그동안 쌓인 곡이 많다. 여러분이 못 본 곡이 많은데 오늘 다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멤버들은 ‘바이 바이(BYE BYE)’부터 ‘인 앤 아웃(In & Out)’, ‘아이 저스트(I Just)’, ‘피카부 (Peek-A-Boo)’, ‘배드보이(Bad Boy)’, ‘싸이코(Psycho)’까지 다채로운 곡들로 공연장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특히 ‘피카부’, ‘싸이코’에서 선보인 댄스 브레이크는 레드벨벳이 가지고 있는 ‘벨벳’의 정체성을 보여주듯 시선을 사로잡았다.

레드의 첫 곡은 지난해 꽃가루와 함께 많은 이들을 레드벨벳으로 불들인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이었다. 의상 또한 봄의 상징인 벚꽃에 어울리는 핑크색 미니 원피스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했다.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공연장에 모인 팬들은 떼창은 물론, 포인트 안무까지 따라추며 무대를 즐겼다.
‘필 마이 리듬’에 이어 ‘BAMBOLEO’, ‘LP’ 무대까지 마친 레드벨벳은 “아까랑은 다른 느낌으로 돌아왔다. 완전 정반대다. 인간 벚꽃으로 변신해봤는데 어떠냐”라고 말했다. 이후 멤버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의상에 어울리는 포즈를 취했다. 아이린과 예리가 부끄러워하자 웬디는 “3초 이상 있어야 카메라가 줌인을 할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나섰고, 슬기는 SNS에서 유행하는 “공주들아 결투를 신청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여기에 조이는 “어딜 감히”라고 받아치며 다양한 포즈를 선보여 또 한 번 팬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예리는 “3년 만에 공연하는 거라 멤버들이랑 열심히 준비했다”며 “서울을 끝으로 열심히 달려야 하는데 오늘 응원 더 많이 해주실 거죠?”라며 팬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조이는 돌발상황으로 진땀을 빼기도 했다. ‘레드’ 오프닝에서 헤드셋이 자꾸 떨어져 손으로 고정시킨 채 무대를 이어가다 재정비를 위해 무대에서 퇴장한 것, 잠시 후 무대로 돌아온 조이는 “오늘 헤드셋(마이크)이 내가 마음에 안 드나보다. 예쁘게 공연하고 있지만 마음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래서 과감하게 오늘 저는 제 커스텀 핸드 마이크와 함께하겠다”고 이야기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후 관객들을 모두 일으켜 세운 레드벨벳은 ‘아이스크림 케이크(Ice Cream Cake)’, ‘오 보이(Oh Boy)’, ‘롤러코스터 (On A Ride)’, ‘눈 맞추고, 손 맞대고 (Eyes Locked, Hands Locked)’, ‘퀸덤(Queendom)’ ‘친구가 아냐 (Bing Bing)’, ‘벌스데이(Birthday)’, ‘빨간 맛 (Red Flavor)’ 등을 연달아 선곡, 돌출 무대 곳곳을 돌아다니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곡으로 분위기를 띄운 레드벨벳은 공식적인 마지막 곡 ‘빨간 맛 (Red Flavor)’으로 정점을 찍고 무대에서 퇴장했다.
레드벨벳이 사라지자 이번 콘서트는 레베럽(레드벨벳 팬덤명, 애칭 러비)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팬들은 ‘R to V 우릴 위한 이 순간’이란 문구가 적힌 슬로건을 들고 큰 목소리로 ‘Remember Forever'을 불렀다. 이후 무대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 구역은 ‘레드’, 오른쪽 구역은 ‘벨벳’을 외치며 멤버들을 기다렸다. 팬들의 부름에 응답한 레드벨벳은 ‘Celebrate’과 함께 등장, 공연장은 순식간에 환호로 가득 찼다.

앵콜곡을 마친 멤버들은 3년 5개월 만에 콘서트로 호흡한 팬들에게 돌아가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먼저 조이는 “어제랑 오늘이랑 확실히 느끼는 게 달랐다. 어제도 좋았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긴장을 많이 했다. 오늘은 어제 해봤다고 몸이 풀린 느낌이다. 그래서 어제 안 열심히 한 건 아니다. 오늘은 처음부터 인이어를 뚫고 함성이 엄청 크게 들렸다. 깜짝 놀랐다. 저도 더 신나게 했던 것 같다. 어제는 조금 아쉽다고 얘기했는데, 집에 가서 생각해 보니까 이 순간은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더라. 그리고 지나고 보면 너무 예쁘더라. 그래서 오늘은 이 순간을 눈에 담고 느끼려고 더 노력했다. 이 순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팬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날 펑펑 울었던 예리는 “어제 너무 울어서 인터넷을 보니 좀 창피하더라. 오늘은 절대 울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마지막 서울 콘서트를 달렸다. 이 공연을 시작으로 투어를 간다. 멤버들, 스태프분들이랑 재미있게 서울콘서트를 마무리한 만큼 월드투어도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즐기면서 여러분의 힘을 받아 열심히 하고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누군가를 조건 없이 저희를 사랑해 주시는 한 분 한 분 예쁜 마음들을 오늘도 감사히 전달받았다. 저희도 그런 마음을 존경할 수 있는 예림이, 레드벨벳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리더인 아이린은 “어제 연출팀 언니가 ‘팬분들이 멤버들이랑 닮아가나 봐. 너네 어니까 팬분들도 같이 얼어있던데?’라고 하시더라”라며 “그래서 오늘은 마음껏 즐기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쉬움은 있었지만, 마음껏 즐기고 행복했던 시간이다. 함께 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슬기는 “어제도 열심히 했지만, 오늘 감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다. 3년 만에 많은 무대를 준비하다 보니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게 여러분 눈에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늘은 다들 마음 놓고 뛰어논 것 같다. 여러분 눈을 한 명 한 명 쳐다보고 소통하려고 했다. 앞으로 남은 공연을 잘 마치고 오겠다”고 말했다.


웬디는 “오늘이 두 번째 날이자 서울 공연은 마지막이다. 어제는 긴장감이 컸는데 오늘은 멤버들이 말한 것처럼 긴장이 풀려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러비들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우리가 너무 오랜 시간 함께 하니까 모든 게 닮아가는 것 같다. 그런 에너지를 오프닝부터 받으니까 저도 빠져들어서 신나게 한 것 같다”고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콘서트 하기 전에 멤버들끼리 객석이 빈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너무 예쁘더라. 근데 이 빈자리를 러비들이 채워주니까 더 아름답다. 제가 콘서트를 참 좋아하는데,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다 느낄 수 있는 게 콘서트인 것 같다. 행복한 아티스트로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받은 사랑 꼭 보답하는 레드벨벳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멤버들의 마지막 인사가 끝난 후 두 번째 앵콜곡 ‘마이 디어(My Dear)’ 무대가 이어졌다. 사랑하는 두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담아낸 곡이다. 팬들은 카드섹션 이벤트로 ‘고마워 우리의 자랑’이란 메시지를 전했고, 이를 본 멤버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연신 “예쁘다”고 감탄했다. 팬들의 사랑을 느낀 조이는 울컥한 듯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후 레드벨벳은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 ‘You Better Know’ 그리고 세트리스트에 없던 ‘짐살라빔’을 끝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2014년 데뷔한 레드벨벳은 ‘아이스크림 케이크’(Ice Cream Cake), ‘덤덤’(Dumb Dumb),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루키’(Rookie), ‘빨간 맛’, ‘피카부’(Peek-A-Boo), ‘싸이코’(Psycho),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듯 레드벨벳은 그동안 꾸준히 활동해왔으나 콘서트는 3년 5개월 동안 개최하지 않아 아쉬움을 안겼다. 짧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과 기본 120분이 넘는 공연을 이끌어가는 것은 다르다. 레드벨벳 역시 콘서트 내내 “오랜만에 여는 공연이라 긴장했다”고 말할 만큼 다각도로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레드벨벳은 3년 5개월이란 콘서트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베테랑 가수의 모습을 보여줬다. 화려한 퍼포먼스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가창력과 촘촘한 무대 구성은 물론, 팬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으로 데뷔 10년 차 그룹의 내공을 십분 발휘한 것. 레드벨벳은 그간의 음악 인생을 총망라한 이번 공연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확고히했다.
서울 콘서트를 무사히 마친 레드벨벳은 싱가포르, 요코하마, 마닐라, 방콕, 자카르타, 파리, 베를린, 암스테르담, 런던 등 10개 도시에서 총 13회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