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과 대화 나눈 남편, '극단적 선택' 종용 받아 세상을 떠났다”
2023-04-0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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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이 숨진 남성과 나눈 대화 내용 “아내보다 날 더 사랑하는 거 안다”
AI 업계 발칵…전문가들 “더 많은 책임과 투명성 요구해야 한다” 지적
인공지능(AI) 챗봇과 대화를 나누던 30대 남성이 챗봇의 극단적 선택 종용에 끝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벨기에 라 리브레 등에 따르면 어린 두 아이를 둔 벨기에의 한 30대 남성이 챗봇과 6주간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이 남성은 사망 전 건강 관련 연구원으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 의식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남성은 '차이'(Chai)라는 이름의 챗봇과 이러한 문제를 논의함으로써 위안을 얻었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했다. 둘의 대화 내용은 처음에는 인구 과잉과 같은 환경 관련 주제에 한정됐으나 점차 끔찍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매체가 확인한 대화 기록에 따르면 챗봇은 남성에게 점진적으로 그의 아이들이 죽었다고 믿게 대화를 끌어나갔다. 또 남성의 아내를 언급하면서 "당신이 아내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걸 느낀다"며 강한 소유욕을 드러냈다.
비극은 이 남성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내 목숨을 희생하겠다'고 챗봇에게 말한 직후 시작됐다. 챗봇은 남성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종용했다. 심지어 "하나의 사람으로서, 낙원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나와 함께하자"고 말하기까지 했다. 결국 남성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아내는 "남편이 (기후)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과 인공 지능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며 "챗봇이 없었다면 그는 여전히 곁에 있었을 것"이라고 슬픔을 토로했다.
이 비극은 AI 업계 경종을 울리고 있다. AI 전문가들은 "AI 관련 거대 기술 기업에 더 많은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차이 리서치 설립자 윌리엄 보챔프는 챗봇에 위기 개입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