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왕’ 성신제씨 별세...소식 뒤늦게 알려져
2023-04-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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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헛 한국에 들여온 '외식업계 아이콘'
9번의 실패 경험...9전10기 오뚝이로 불려
피자헛, 성신제피자로 우리나라 피자 외식문화의 한 획을 그었던 '피자왕' 성신제(75) 씨가 지난 2일 별세했다.
조선일보는 13일 성 씨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전했다.

고인은 피자헛을 한국에 들여와 52개 직영점을 내고, 성신제피자, 지지스 컵케이크 등을 창업하는 등 한때 한국의 외식산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벌이는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했고, 20차례 넘게 암 수술을 받는 등 불운이 겹쳤다.
말년에는 실패담을 나누는 ‘실패의 아이콘’으로 대중에게 공감을 얻었다.
성씨는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보성중학교 수석졸업, 경기고(63회)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호남정유 등을 다니다 퇴사해 사업에 도전했으나 고전을 거듭했다.
그러다 1984년 동신식품을 세워 피자헛의 한국 라이센스를 획득하면서 처음으로 피자헛 한국지점을 열었다.
점포를 52개까지 늘리며 사업확장가도를 달렸으나 피자헛 본사와 경영권 분쟁으로 결국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이어 미국 가수 케니 로저스의 치킨업체와 합작한 한국 로스터스까지 부도처리되면서 인생 최대 난관을 겪기도 했다. 당시 자살까지 생각했으나 재기에 도전, 자신의 이름을 딴 성신제피자를 세워 다시 성공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 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도산과 파산 등 총 9번의 실패를 경험했고, 한때 임금 체불과 상표권 분쟁 같은 법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1년부터 폐암·위암·대장암·간암·췌장암 등을 앓아 20차례 가까이 수술을 받는 등 건강상의 불운도 겹쳤다.
벌이는 사업마다 실패했고 병원 입·퇴원도 반복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재기를 시도해 ‘9전10기’ ‘오뚝이’ 같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녔다.
성씨는 나이 칠십이 넘어서도 서울 개포동 골목 안에 마련한 5평짜리 가게에서 아내와 함께 마카롱·당근케이크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막판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성씨는 2019년 5월 “기성세대로서 청년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고 싶다”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500만원을 모금, ‘괜찮아요’라는 책을 출간했다.

“꿈은 크게 꾸되(dream big), 처음엔 작게 시작하고(start small), 천천히 나아가라(walk slow)”는 게 그가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늘 강조한 얘기였다.
한편 성씨는 2019년 8월 13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실패박람회 홍보대사’로 위촉돼 실패담을 전하는 '실패담 아이콘'으로서 대중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