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에 몰카 탐지기 챙겨라”… 해외에도 소문난 '몰카민국' 현실
2023-04-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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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SNS서 퍼지는 영상 “한국에서 심각한 문제”
우리나라 불법촬영 문제 실태와 원인 분석 정리
'한국 여행의 큰 문제점', '한국 여행할 때 챙겨야 할 물건' 등을 소개하는 영상이 해외에서 퍼지고 있다. IT 강국,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과 관광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몰래카메라(몰카) 범죄율과 원인에 대해 살펴봤다.

최근 틱톡, 트위터 등에서 '한국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할 때'라는 제목의 영상이 주목받았다. 영상엔 한국 숙소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인터폰 카메라, 보일러 온도 조절기, 화분 등 작은 구멍이 보이는 곳에 전부 테이프를 붙인 모습이 담겨 있다. 숙소 내 불법 촬영 기기물을 확인할 수 있는 몰카 탐지기도 소개한다. 탐지기를 카메라 가까이에 갖다 대면 소리가 나고 셀로판지를 통해 카메라의 플래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상은 지난 11일 트위터에 올라온 후 이틀 만에 약 8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1200여 회 리트윗, 220회 인용, 800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영상을 본 한 트위터 이용자는 자신이 한국인 남성이라고 말하면서 "매우 현명한 방법이다. 물론 모든 한국 남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몰카범이 누군지 알 수도 없다. 클럽에 갈 때도 조심하시기를 바란다. 남들이 주는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된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을 여행할 때 주의할 점으로 불법 촬영 문제를 지적한 영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심심찮게 올라온 것으로 확인된다. 틱톡에 'South Korea problem(한국의 문제점)', 'South Korea hidden cams(한국의 몰카)' 등을 검색하면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문화를 알고 있는 호주 출신의 틱톡커가 "한국은 불법 촬영이라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란 주장을 담은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공중화장실에서는 틈새를 화장지로 막아놓아야 한다"라며 "작은 공간에 카메라를 숨겼을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문제는 공중화장실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에어비앤비나 호텔 등 숙박시설에서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역시 "한국에 여행 올 때는 몰카 탐지기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라며 "몰카는 화재 경보기나 시계, 다른 일상용품 등에 위장된 채 숨겨져 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불법 촬영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간혹 이렇듯 해외에서 몰카 주의를 당부하는 영상에 한국 이용자들이 쓴 "그래서 몰카를 실제로 본 적 있나요?", "몰카 많다는 사람 중에 한 번이라도 발견한 적 있나?", "예전에는 많았는데 요즘은 없지 않나?" 등의 댓글이 눈에 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에 '몰카'라고 검색하면 언제 검색하든 짧게는 한두 시간, 길어봤자 사나흘이 채 넘지 않은 뉴스가 올라와 있다.
당장 지난 10일에만 해도 인천지법 형사18단독 김동희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3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남성은 지난 1~2월 서울·인천·부산 등지 숙박업소 10곳 객실 안에 카메라 14대를 설치해 투숙객 100여 명의 신체를 69차례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한 자신이 성매매한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불법 촬영한 뒤 영상을 보관한 혐의도 받는다.
<뿌리 뽑히지 않는 불법 촬영의 원인>
(1) 성평등 인식 부족

지난해 3월 미국 주간지 타임에 <'가슴이 아프다' 한국의 몰래카메라 문제가 여성에게 미치는 충격적인 영향>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는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오픈 셔터스(Open Shutters)'의 내용과 도유진 감독의 인터뷰를 전한다. 타임은 제작사와 함께 다큐멘터리 배급을 담당하기도 했다.
약 3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불법 촬영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수사 과정과 재판에서 피해자가 겪은 어려움을 폭로한다. 도 감독은 '왜 이런 종류의 범죄가 한국에서 유독 만연하다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성평등 관련 통계를 보면 차트 하단에 한국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선진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GDP(국내총생산)나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BTS) 등 문화적 영향력만 놓고 보면 한국은 선진국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평등에 관해서는 여전히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2) 솜방망이 처벌 강도

성폭력처벌법은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해 징역 7년 이하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대한범죄학회가 지난해 발행한 학술지 '한국범죄학'에 실린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형종 결정에의 영향 요인'(안재경 경찰대학 범죄학과 박사과정) 논문에 따르면 솜방망이 처벌이 예사로 이뤄지고 있다.
형종별 선고 형량에 따르면 집행유예 선고 때 형량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22.1%)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20.2%)이 많았다. 벌금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벌금 500만 원(33.4%)이 가장 많았고, 징역형 사건에서는 징역 8개월(29.4%)과 징역 1년(25.4%)이 주를 이뤘다.
해당 논문은 사회적으로 불법 촬영 범죄가 갈수록 늘고 범죄 내용이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법원은 불법 촬영 범죄자의 형량을 정할 때 동종 전과 여부와 같은 '가해자 중심 변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지적한다.
논문은 2020년 3월~2022년 2월 성폭력처벌법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불법 촬영 범죄)에서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된 1심 판결문 503건을 대상으로 한 재판 결과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징역형 집행유예(집행유예)가 308건(61.2%)으로 가장 많고, 벌금형이 120건(23.9%), 징역형이 75건(14.9%)으로 뒤를 잇는다. 같은 기간 무죄가 선고된 사건 2건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집행유예와 벌금형 처벌을 받은 사건을 자세히 분석했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나체'를 불법 촬영한 게 아닌 경우, 집행유예보다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 또한 피해자가 1명인 사건에서 집행유예보다 가벼운 벌금형 비율이 높았다. 이와 관련해 논문 작성자는 "성관계 또는 탈의하는 장면 등 피해자의 내밀한 신체 장면이 촬영됐는지와 같은 불법 촬영물 '내용'보다는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정보를 기준으로 양정(형벌의 종류와 양을 정하는 것)이 이뤄졌다. 그 결과 피해자 수가 1명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인 벌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가해자에게 동종 전과가 있을 때 법원은 집행유예보다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하는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심각한 가해 행위에도 초범인 경우에는 가벼운 선고를 내리는 경향이 있었다. 논문에서 분석한 재판 결과에서는 가해자가 초범인 사건이 57건이었는데, 이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비율은 3.5%에 해당하는 2건뿐이었다. 나머지 96.5%(55건)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연구진은 "집행유예와 징역형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가해자의 동종 전과 여부에 따른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라며 "법원 판결문에는 '육안으로 관찰 가능한 신체 촬영 여부'를 판단 이유로 언급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양형) 판단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로서는 기능하지 않았다"라고 봤다. 또한 논문에서는 법원이 불법 촬영 범죄자의 형량을 정할 때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 요인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의 불법 촬영 범죄율>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전국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2년 6년간 경찰청에 신고된 불법 촬영 건수는 총 3만 9957건이다.
연도별로 ▲2017년 7245건 ▲2018년 6762건 ▲2019년 6513건 ▲2020년 5796건 ▲2021년 7170건 ▲2022년(~10월) 6471건씩 발생했다. 이는 연평균 6660건, 하루 평균 18건꼴로 발생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불법 촬영 범죄가 심각하지만 가해자 검거율은 높지 않다. 경찰청 통계 연보 자료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의 불법 촬영 범죄에서 가해자 검거율은 88.7%다. 성매매 위반 검거율(97.9%), 강력범죄 사건 검거율(94.7%)보다 뒤처지는 수치다.
재범률도 높은 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검거된 인원 3만 99명 중 동종 전과가 있는 재범자는 ▲2015년 260명 ▲2016년 236명 ▲2017년 349명 ▲2018년 460명 ▲2019년 397명 ▲2020년 371명 등으로 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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