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X박서준의 '드림', 볼까 말까 고민된다고요? [리뷰]

2023-04-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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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 이후 4년 만에 신작 내놓은 이병헌 감독
'드림', 따뜻함은 있지만 예상 가능한 스토리는 글쎄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다음은 영화 '드림' 보도 스틸이다. / 이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다음은 영화 '드림' 보도 스틸이다. / 이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아는 맛이 무섭다고는 하지만, 너무 아는 맛이라 문제다.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의 이야기다.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이지은)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2010년 대한민국이 처음 출전했던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홍대는 사기 혐의로 도피 중인 어머니를 둔 축구선수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어머니와 관련된 질문을 집요하게 묻는 기자를 폭행하고야 만다. 재능을 타고난 동료 선수에게 열등감을 느끼던 그는 운동을 그만두고 연예인으로 새 출발 하려 한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이미지 세탁이다. 이미지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예계 생활을 위해 여론 변화는 필수였던 것. 홍대는 열정 리스 다큐멘터리 PD 소민과 손잡고 계획에도 없던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직을 맡게 됐다.

자신의 목줄을 걸고 다큐멘터리 제작에 뛰어든 소민에겐 드라마가 필수였다. 화제성을 높여야만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소민은 축구 실력보다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사연 가득한 인물들을 선수로 발탁한다.

번듯한 회사 대표에서 몰락한 올드보이 환동(김종수), 외국인 새아빠와 유학을 떠나게 된 딸과 한 달간 함께할 수 있게 된 효봉(고창석), 지적장애 여성을 사랑한 반칙왕 범수(정승길), 의지하던 친구를 잃은 인선(이현우), 험상궂게 생겼지만 감성적인 문수(양현민), 비밀이 있는 밀림의 왕 영진(홍완표)이 그 주인공이다. 긍정파워 사무국장 인국(허준석)은 공이라곤 차본 적도 없는 멤버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북돋아줬다.

오합지졸 국가대표 멤버들과 어쩔 수 없이 감독을 맡게 된 축구선수, 그리고 다큐멘터리 성공에만 관심 있는 열정 리스 PD. 여기까지만 봐도 뒷이야기가 예상된다. 처음에는 각자의 이유로 선수들에게 큰 관심이 없던 홍대와 소민은 점차 선수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보게 된다.

홈리스 월드컵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선수들조차 그런 홍대와 소민을 통해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가족 같은 사이가 된다. '아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짐작되는 뻔한 스토리가 단점이다.

이병헌 감독의 과한 재탕도 몰입을 방해한다. 이 감독은 '스물', '멜로가 체질', '바람 바람 바람', '긍정이 체질' 등 다수의 작품에서 사용한 '진주', '범수', '환동', '홍대', '소민', '효봉' 등의 캐릭터 이름을 '드림'에도 그대로 따왔다. 이와 함께 정승길, 허준석, 백지원, 김명준, 한준우, 윤지온 등 '멜로가 체질'에 함께했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자꾸만 전작을 떠오르게 한다.

소민과 홍대의 관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봉에 앞서 공개된 대본 리딩 영상을 통해 아이유와 박서준의 '티키타카'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으나, 딱 거기까지다. 까고 보니 그게 전부였다는 생각에 김이 빠질 정도.

반면 흠잡을 데 없는 배우들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예상되는 스토리지만 웃음이 새어 나오고, 눈물을 노린 코드라는 걸 알면서도 따라 울게 된다. 또한 단조로워 보이지만, 은근히 뼈를 때리는 대사로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홈리스 월드컵'의 존재를 알리고,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는 장점. 하지만 '빵' 터지는 재미를 원한다면 글쎄. 이렇듯 장단점이 분명한 '드림'이 가정의 달 5월,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드림'은 오는 26일 개봉되며 12세 이상 관람가다. 러닝타임은 125분.

home 김하연 기자 iamh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