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임머리요? 야한 생각으로 기르세요”라는 요즘 20대… 실제 20대는 어떨까?
2023-04-3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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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된 거지방과 20대 소비 습관
실제 25세 직장인 여성의 소비 습관은?
최근 20대의 소비 습관이 논란이 되고 있다. 많은 20대가 벌어 들이는 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금액을 지출하는 습관에 길들여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꼭 필요하지 않아도 아이패드, 에어팟, 애플워치, 명품 등을 액세서리처럼 구매한다. 요즘 20대 사이에서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는 20대가 명품 가방, 명품 시계 등을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은 흔한 일이다. 반면 극단적으로 돈을 아껴 '짠테크'를 하는 20대도 있다. 최근 화제가 되는 '거지방'은 이런 20대들의 경제 개념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중 전자나 후자에 속하는 20대는 어떻게 이런 소비 습관을 지니게 된 걸까. 한 20대 여성의 소비 습관을 파헤쳐 봤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대 소비 습관이 미쳤다고 생각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해당 글은 '플렉스'를 즐기는 20대들의 소비 습관을 정리한 것이다.
이들은 꼭 필요하지 않지만, 애플 제품이라면 무조건 구매하고 기념일에는 단지 그날을 뜻깊게 만들기 위해 100만 원을 하룻밤에 쓴다. 이런 20대들의 대표적인 소비 습관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아이패드 에어, 애플펜슬, 에어팟, 애플워치 4종 세트 구비. 실제로 이들 중 대부분은 아이패드를 넷플릭스 감상용으로 사용한다.

2. 일반 직종에서 종사하며 달마다 200만~300만 원 벌지만, 옷은 메종키츠네, 꼼데가르송, 아미, 스톤 아일랜드에서 사 입는다. 이들 브랜드의 제품은 샤넬, 프라다 등 하이엔드급 브랜드보다 저렴하지만 '보세'로 불리는 로우엔드급 브랜드보단 훨씬 비싸다.


3. 애인과 기념일마다 풀빌라, 4성급 이상 호텔에 다녀온다. 이들은 단지 잠만 자고 오는 게 아니다. 그곳에 어울리는 호화로운 레스토랑이나 오마카세에서 값비싼 음식과 술을 시킨다. 또 서로에게 줄 선물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말하는 '무난한' 선물은 기본 30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지갑이나 옷, 고가의 전자제품 등이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10년 전만 해도 '명품 가방 하나쯤 사야 하나요?' 이런 말 하는 게 주로 30~40대 아니었느냐. 요즘은 20대가 그런 소리 하더라. 당장 인스티즈만 봐도 많은 사람이 미우미우, 페라가모, 구찌, 버버리는 싸서 명품이 아니라고 한다. 돈이 얼마나 많길래 저런 소리 하는지 진짜 궁금했다", "허구한 날 오마카세, 호캉스 다니고 가방·지갑은 다 명품", "흥청망청 쓰는 사람은 과시하니까 눈에 띄고 근검절약하는 사람은 눈에 안 띄니까 전자가 유독 많아 보이는 듯. 근데 전자가 후자에 비해 확실히 는 것 같긴 하다", "각종 청년 적금, 실업급여, 청년취업 지원수당, 교육 수당 등등 지원금에는 다들 혈안인데 소비는 또 흥청망청한다", "'한두 푼 모아봤자 집 한 채도 못 산다'라는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다"라며 공감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들의 소비 습관 배경에는 코로나19, 세계적인 경제 불황 등의 이유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대들이 이런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연달아 겪으며 미래에 대한 불신과 불확실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됐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20대들의 비관적인 면을 더 키웠다고 볼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비관, 불확실성은 현재 한정된 자금과 자원을 충동적으로 사용하도록 부추긴다. 미래를 대비하기보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Z세대(1997년 이후 출생자)의 4분의 1은 자신이 평생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의 절반 이상은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꾼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대로 돈을 극단적으로 절약하며 저축하는 20대들도 있다. 최근 유행 중인 오픈 채팅방 '거지방'은 이런 20대들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거지방'에서 절약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돕기 위해 서로 소비 패턴을 감시하고 보고한다.
이들은 커피값부터 택시비까지 소비할 항목을 일일이 '거지방'에 보고한다.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승인받은 뒤 소비해야 한다.
대부분 사람은 편의점에서 물을 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이들의 공통 임무는 돈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소비를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지방'에는 항상 웃픈 일화가 넘쳐난다. 누군가는 아이스크림을 샀다고 말할 수 없어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속 단비 같은 감각적 쾌락 추구"라고 돌려 말해 소비의 죄책감을 모면한다. 또 택시비 지출이라고 하는 대신 "저를 운반해 준 어르신께 감사의 의미로 3800원 드렸습니다"라며 사람들의 감시망을 피해 가려 교묘하게 꼼수를 부린다.


심지어 붙임머리 시술로 25만 원을 지출해도 되는지 물으면 "야한 생각을 해서 기르세요"라는 창의적인 답이 돌아온다. 이에 결국 누군가는 "진짜 너무 거지 같아서 그냥 나갈래요"하고 정말 방을 나가버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 20대의 소비 습관은 어떨까. 계약직 학교 선생님으로 근무 중인 25세 여성 A씨의 소비 습관에 대해 알아봤다.
A씨의 한 달 월급은 약 200만 원 정도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건강하기 때문에 고정 지출 비용이 많지 않다. 매달 고정적으로 식비 10만 원, 휴대전화 요금 14만 원, 자동차 할부 값 22만 원 정도를 지출하고 110만 원가량을 저축한다.
A씨가 남들보다 많거나 적게 생활비를 지출하는 건 아니다. 그는 대체로 달마다 커피 값으로 3만 원, 유흥비로 14만 원, 쇼핑으로 20만 원, 친구들 생일 선물이나 남자친구 선물로 10만 원 정도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엔 예기치 못한 출근길 자동차 사고로 50만 원이 또 나갔다고 했다.

이중 A씨가 가장 큰 지출하는 곳은 주로 쇼핑이나 유흥비다. 그는 가장 안 좋은 소비 습관으로 유흥을 꼽기도 했다. A씨는 "유흥비가 별로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충동적으로 사람들과 만나서 생각 없이 돈을 쓰게 된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이다. 또 술을 마시고 안주를 시킬 때 가격을 신경 쓰면 계산적으로 보이고 친구들이 서운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늘 예상보다 더 많이 쓰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커피 값이나 병원비엔 가장 적은 지출이 발생했다. 거의 커피를 사 먹지 않는 그는 커피믹스를 직장에 가져가서 직접 타 먹는다고 했다.
A씨는 명품엔 크게 관심이 없다고 했다. C사 립스틱이 보유한 명품(?)의 전부라고 했다. 그는 명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수입이 많고 집이 여유로우면 많이 구입해도 될 것 같아요. 명품을 걸치면 돈이 많은 사람이나 연예인처럼 보여요. 이미지가 중요한 사람들이 주로 사용합니다. 명품 자체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없어요. 돈만 많으면 나도 다양한 브랜드의 명품을 구매하고 싶어요. 어린 나이에 명품을 두른 사람을 보면 직장인이 아니라 쇼핑몰 운영자나 자영업자라고 생각해요. 금수저일 수도 있고요. 명품을 사고 들고 다니는 행위는 자신의 금전적 여유를 드러내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목적으로 명품을 들고 다니려면 보유한 명품의 수가 많아야 해요. 한두 개만 있다면 자신의 현실을 외면하고 그저 과시하는 데 명품 구입의 목적이 있다고 봐요."

그는 명품을 왜 구매하지 않느냔 질문에는 "명품에다 돈을 쓸 여유가 없다. 저축하기 바쁘다. 명품 하나 살 돈을 쪼개서 유흥비나 명품이 아닌 옷, 가방을 사겠다"라고 말했다.
또 요즘 20대들의 소비 습관에 대해서는 "호기심에 한두 번 해보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출까지 받으면서 명품을 사거나 음식과 취미에 돈을 쓰는 건 자신의 허한 마음을 물질적으로 달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월급을 현재보다 2배로 받게 된다면 어떨까. 혹시 명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이에 대한 A씨의 생각은 솔직했다.
그는 "월급을 2배로 받게 된다면 명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있다. 100만 원 정도의 명품을 한 달에 한 번씩 살 것 같다. 명품은 확실히 예쁘고 어딜 가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고 나의 가치를 높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A씨에게 거지방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는 거지방을 잘 모르고 있었고 굳이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쇼핑에 너무 많은 소비를 하지도 않고 필요한 것들만 사기에 그렇게까지 아낄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잘 소비하고 알뜰히 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현타'가 올 것 같다. 또 내 소비 습관이 부끄러워서 말도 못 꺼낼 듯하다. 그리고 아직까지 소비 측면에서 위기를 느끼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본인의 소비 습관을 보통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흥비랑 식비에 좀 덜 쓰고 싶다. 쓸 수 있는 돈이 별로 없는데 월급 받으면 초반에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돈을 계획적으로 써야 할 것 같고 일주일 단위로 쓸 돈을 계획에서 아껴 쓰는 버릇을 들여야 할 것 같다. 또 기분에 따라 소비도 달라지는데 이것도 고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