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천하의 대세란...” 첫 문장이 유명한 소설 5편을 모아봤습니다

2023-05-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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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가 유명한 소설 5편
최근 영상화 기준으로 정리

강렬한 첫 문장이 매혹적인 소설을 만든다. 소설을 압축하는 첫 문장이 책장을 펼치는 독자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첫 문장이 인상 깊은 소설 중 대표적인 주요 작품을 살펴봤다. 21세기에 영상화된 작품 기준이다.

1. '안나 카레니나'

영화 '안나 카레니나' 메인 포스터 / UPI 코리아 제공
영화 '안나 카레니나' 메인 포스터 / UPI 코리아 제공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러시아 작가 레프 톨스토이가 1878년 발표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선 사랑, 돈, 종교, 자녀 등 모든 조건이 맞아야 하지만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주요 등장인물 알렉셰이 브론스키-안나 카레니나와 콘스탄틴 레빈-예카테리나 세르바츠카야 두 커플이 그리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왜 이 구절을 해당 작품의 시작으로 삼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은 1911년부터 21세기까지 수십 편의 영화로 각색됐다. 가장 최근은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출연한 2012년 작품이다.

2. '오만과 편견'

영화 '오만과 편견' 메인 포스터 / UPI 코리아 제공
영화 '오만과 편견' 메인 포스터 / UPI 코리아 제공

"재산깨나 있는 남자가 독신일 경우에 아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다."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이 1813년 발표한 소설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이다. 19세기 초반 영국을 배경으로 직업 선택과 재산 상속이 불가능했던 여성들이 자신을 부양할 남편 만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던 시대를 꿰뚫은 문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만과 편견'은 19세기 초반 영국을 배경으로 금수저 배경을 가진 오만한 남자 피츠윌리엄 다아시와 아름답고 총명하지만 집안이 가난한 여자 엘리자베스 베넷이 첫 만남에서 서로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면서 전개되는 마음의 줄다리기를 그렸다. 해당 작품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여러 번 영화화, 드라마화됐다.

영화 '오만과 편견' 스틸컷
영화 '오만과 편견' 스틸컷

영국방송사 BBC에서는 여섯 차례나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며, 영화 역시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또는 변형을 거쳐 만들어졌다. 가장 최근에 영상화된 ‘오만과 편견’은 2006년 3월 개봉한 작품으로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을 맡았다.

3. '위대한 개츠비'

영화 '위대한 개츠비' 메인 포스터 / 이하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위대한 개츠비' 메인 포스터 / 이하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장이다. 화자인 닉 캐러웨이가 백만장자 지인 제이 개츠비의 엄청난 성공과 비참한 최후에 대해 담담히 서술하면서 남긴 평가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스틸컷
영화 '위대한 개츠비' 스틸컷

'위대한 개츠비'는 1926년 작가 생전에 처음 영화화된 후 여러 차례 영화로 제작됐다. 최근 작품은 2013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인공 개츠비를 연기했다. 원작의 스토리에는 충실했지만, 시대상은 잘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다수를 이뤘다.

4. '삼국지연의'

삼국지 중 일부를 다룬 영화 '적벽대전' 메인 포스터 / 미디어플렉스 제공
삼국지 중 일부를 다룬 영화 '적벽대전' 메인 포스터 / 미디어플렉스 제공

"무릇 천하의 대세란 오랫동안 나뉘면 반드시 합하게 되고, 오랫동안 합쳐져 있다면 반드시 나뉘게 된다."

중국 고전 역사 소설 삼국지의 첫 대목이다. 해당 작품의 배경인 후한 황건적의 난 이후부터 서진이 삼국을 통일할 때까지 약 100년의 분열기를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3세기 중국 서진 역사가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를 바탕으로 명 소설가 나관중이 당시 전해지던 야사들을 편집해 삼국지를 세상에 내놨다.

천하의 주인이 되기 위해 투쟁하는 수많은 군상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오늘날에도 이 책을 바탕으로 재해석해 게임, 영화, 드라마 등 수많은 미디어믹스화가 나오고 있다.

5. '파친코'

드라마 '파친코'  스틸컷 / 이하 애플TV +
드라마 '파친코' 스틸컷 / 이하 애플TV +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이다. 2018년 문학과사상사가 내놓은 첫 번역본은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였다. 이를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원문에 나온 fail이 타동사라 '망친다'라는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부정확한 번역이란 견해와 작가의 의도를 잘 살린 초월 번역이란 의견으로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7월 14일 인플루엔셜로 판권이 넘어가면서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로 첫 문장이 바뀌었다. 여기에 대해 이민진 작가는 "번역은 또 다른 창작이기 때문에 모두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소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고통을 겪고 부산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한인 4대의 삶을 다룬다. 냉대와 차별,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을 연이어 겪지만 끝내 일어서는 내용을 보면 왜 이 문장이 소설의 도입부를 장식했는지 알 수 있다.

해당 작품은 '애플TV+'를 통해 드라마화됐다.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등 한국 배우를 주인공으로 대사의 약 60%가 한국어로 채워졌으며, 약 1000억 원이 투자됐다. 지난해 3월 시즌1이 방영돼 세계 이민 사회에 반향을 낳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현재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

home 이범희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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