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통장 하자던 여친…페미는 아닌데 아이 이름을 엄마성으로 짓고 싶대”
2023-05-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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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전문직보다 돈 잘 번다는 독립적인 여친
“모계 성 따를 거 아니면 부·모 성 다 쓰고 싶다”
한 남성이 결혼 전 여자친구의 특이한 제안에 조언을 구했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여친이 본인 성 따서 애 이름 짓고 싶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남성은 최근 여자친구와 결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남성에 따르면 여자친구는 어린 나이에도 굉장히 독립적인 편이다.
여자친구는 본인 사업체를 차려 웬만한 전문직 종사자들에 버금가는 규모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또 그는 여자친구의 제안으로 데이트 통장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근데 엄청 독립적인 편이다"라며 "전 여친들이랑 다르게 뭔가 바라는 게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자립심이 강한 여자친구와 유독 마음이 잘 맞았던 그는 최근 결혼 이야기까지 꺼내게 됐다. 그러나 여자친구에게서 돌아온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바로 아이 이름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짓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애 낳으면 애 성을 자기 성으로 하고 싶다고 한다. 그게 싫으면 둘 다 성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한다"라며 당황스러워했다.
이어 "내가 편견 생길 수도 있다고 하니까 '살면서 부모님 이름 얘기할 일 별로 없고 이렇게 변화 만드는 거 아니겠느냐.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자기는 오랫동안 생각해 봤고 오히려 아이와 사회에 장기적으로 좋은 결정일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 입장에서 아쉽긴 하다. 근데 존중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애가 살면서 불편함을 겪진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케이스를 살면서 본 적이 없다"라며 답답해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아이에게 좋은 결정이라는 근거가 정확히 뭐냐. 그냥 막연히 본인 만족을 위해서 아이에게 사회적 편견이라는 짐을 지어버리는 것 아니냐", "나중에 커서 아이에게 선택하게 하는 게 옳을 듯하다. 여자 성을 따르는 걸 자녀가 싫어할 수도 있다", "본인의 가치관 때문에 왜 아이에게 희생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본인이 나중에 커서 엄마 성 따르겠다 하는 거면 몰라도…"라며 거부감을 보였다.
반면 한 네티즌은 "예전처럼 가문을 위해 부계 성을 따를 필요는 사라졌다. '대를 잇는다'라는 것은 구시대적 산물이다. 성평등 측면에서도 의미 있다. 남녀 똑같이 데이트 비용 내는 게 성별을 떠나 관계 유지를 위해 두 인간이 동일하게 기여하는 것이듯 '성'을 선택하는 일도 부계·모계라는 성별적 차원을 떠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아이에게 뒤집어씌우는 일은 생각해 볼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통념 측에서도 모계 성을 따르는 일이 그만큼 본인에게 사회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그러한 부정적 시선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게 맞고 차별적 시선은 변해야 하는 게 응당 맞다. 다만 이 역시 아이에게 사회 통념에 맞서야 하는 상황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부모의 이기심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가문 유지 측면의 논의는 의미 없고 성평등적·사회 통념적 측면에서는 모계 성을 따르자는 생각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생각을 한다고 해서 결코 이상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네티즌들도 "사회적인 거 다 떠나서 애한테 불편한지 아닌지만 따지면 솔직히 여친 성이 진짜 이상한 것만 아니면 상관없는 것 아니냐. 그냥 글쓴이가 불편한 것 같다", "엄마 성 따르는 게 대체 뭐가 문제냐", "여자 성, 남자 성 이름에 같이 넣는 건 외국에서 흔하다. 한국에서 특이하게 보일지 몰라도 잘못된 건 없다고 본다", "엄마 성 따른다고 살면서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까? 남의 부모님 성을 다 알고 사는 것도 아닌데" 등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