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 베일리 이전에 이들이 있었다...흑인 여배우들의 역사적 순간

2023-06-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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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중심의 할리우드에서 꿋꿋하게 버텨온 흑인 여배우들
연기력 인정받으며 각종 시상식에서 백인 후보 제치고 수상

'인어공주' 주인공 에리얼을 연기한 할리 베일리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인어공주' 주인공 에리얼을 연기한 할리 베일리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인어공주' 실사화 작품 주인공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우리(흑인)도 공주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에리얼 역을 맡은 데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베일리를 포함해 그동안 할리우드 흑인 여배우들은 철저히 백인 위주로 돌아가던 업계 행태에 반기를 들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이렇게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함을 강조했던 이들은 다양한 작품에서 열연하며 각종 시상식에서 백인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하는 영광을 만끽했다. 흑인 여배우들의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수상 순간을 모아봤다.

1. 할리 베리

2002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흑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할리 베리 / 유튜브 'Oscars'
2002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흑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할리 베리 / 유튜브 'Oscars'

할리 베리는 1966년생 흑인 여배우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혼혈인 그는 1984년 모델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빼어난 외모로 유명했던 베리는 17세 때 미인대회서 우승한 후 제작사의 눈에 띄어 TV 시리즈 배우로 출연하게 됐다. 그는 예쁜 흑인 여성 배우가 연기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소화하기 힘든 어려운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TV 드라마, 영화에서 단역·조연 등 가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던 베리는 결국 연기력을 인정받아 2002년 영화 '몬스터 볼'로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됐다. 당시 베리는 시상식 무대에서 한참을 오열하며 "지금 이 순간은 내게 수상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다른 흑인 여배우들의 이름을 언급해 감동을 안겼다.

2. 비올라 데이비스

2015년 에미상 시상식에서 흑인 최초로 여우주연상 수상하는 비올라 데이비스 / 유튜브 'Television Academy'
2015년 에미상 시상식에서 흑인 최초로 여우주연상 수상하는 비올라 데이비스 / 유튜브 'Television Academy'

비올라 데이비스는 고등학교 시절 연기에 푹 빠져 줄리어드 스쿨에 진학해 연기를 전공했다. 1996년 데뷔한 그는 긴 무명 시절을 거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이후 데이비스는 2001년 드라마, 영화 촬영장이 아닌 연극 무대의 성지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다. 그는 연극 '킹 헤들리 2세'에서 열연하며 토니상 여우조연상을 가져갔다. 연극배우로 성공한 데이비스는 자연스럽게 할리우드 영화감독들의 러브콜을 받게 됐다. 그는 2009년 영화 '다우트'에서 성추행 의혹 사건의 중심에 있는 소년의 어머니를 연기했다. 영화 속 단 10분만 등장하는 역할이지만 탁월한 연기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영화 '헬프'로 2012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또 2015년 미국 ABC 드라마 '범죄의 재구성'으로 같은 해 에미상에서 흑인 배우로서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에미상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3. 우피 골드버그

1991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하는 우피 골드버그 / 유튜브 'Oscars'
1991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하는 우피 골드버그 / 유튜브 'Oscars'

우피 골드버그는 개성적인 외모와 독특한 분위기로 1990년대 흑인 여배우 중 가장 인기 있는 배우로 꼽힐 만큼 큰 명성을 얻었다.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컬러 퍼플'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영화 '시스터 액트'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게 됐다. 그는 '시스터 액트' 시리즈에서 갱단을 피해 수녀원에 숨어든 별 볼 일 없는 라운지 가수 들로리스 캐릭터를 빼어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골드버그는 영화 '사랑과 영혼' 속 영매사 오다메 브라운 역을 맡아 1939년 배우 해티 맥대니얼 이후로 51년 만에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4. 레지나 홀

영화 '그녀들을 도와줘'로 2018년 흑인 배우 최초로 뉴욕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수상한 레지나 홀 / 영화사 오원
영화 '그녀들을 도와줘'로 2018년 흑인 배우 최초로 뉴욕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수상한 레지나 홀 / 영화사 오원

레지나 홀은 영화 '무서운 영화' 시리즈에서 순수하지만 엉뚱한 성격의 소유자인 브렌다 역을 맡은 배우로 유명하다. 그는 '무서운 영화' 시리즈에서 일본 공포영화 '링'의 사다코와 격투를 벌이는 장면으로 큰 웃음을 안겼다. 홀은 할리우드에서 '블랙 코미디의 여신'으로 불리며 코미디 영화에 특화된 연기력을 뽐내왔다. 하지만 이후 그는 진지하고 통찰력 있는 작품들에 출연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홀은 2018년 영화 '그녀들을 도와줘'에서 식당 직원들을 가족처럼 보살피는 사려 깊고 친절한 매니저 리사 역을 열연했다.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그는 2018년 흑인 배우 최초로 뉴욕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home 김유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