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와 멱살잡고 싸우던 분” 주석중 교수 덕분에 저승 문턱에서 2번이나 살아난 환자

2023-06-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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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별세한 주석중 교수
“제가 봐온 주석중 교수님은 뼛속 DNA까지 천생 의사였다”

병원 앞 도로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주석중 교수의 미담이 감동을 안기고 있다.

주석중 교수 / 이하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주석중 교수 / 이하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지난 16일 오후 1시 20분 서울 송파구 소재 서울아산병원 패밀리타운 아파트 앞 교차로에서 주석중 교수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연합뉴스가 지난 17일 보도했다.

주 교수는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다가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석중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소속 교수로 해당 병원 10분 거리에 거주하며 수많은 환자의 응급수술을 도맡았을 정도로 헌신적인 의사였다.

이후 그의 소식을 접한 한 네티즌은 자신의 아버지가 주석중 교수 덕분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며 주 교수에 대한 미담을 공개했다. 해당 글은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왔다.

네티즌은 "저는 주석중 교수님의 환자 보호자다. 저희 아버지가 약 15년간 주석중 교수님께 수술 및 진료를 받아왔다"라며 아버지가 주석중 교수의 수술로 두 번이나 목숨을 건졌다고 했다.

그는 "저희 아버지는 2005년도에 대동맥류 심장질환으로 쓰러지셨다. 초응급 상황이었고 하필이면 그때 삼일절 포함 황금연휴가 겹쳐서 수술할 의사와 병실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구리 한양대학교 병원 응급실에서 반나절 수소문한 결과 유일하게 당장 수술이 가능한 곳을 찾았다. 서울아산병원 주석중 교수님이었다. 바로 주석중 교수님을 찾아가 응급 수술을 해서 아버지가 기적적으로 연명하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그 후로도 아버님은 15년간 심장질환으로 2번 더 주석중 교수님의 수술을 받았다. 매번 수술마다 쉽지 않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그때마다 '진짜 내 눈에 살아있는 신은 예수님, 부처님이 아니라 주석중 교수님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님께서 심장 질환으로 세 번 수술하셨다. 저는 거의 반년 정도를 아산병원에서 아버지 간병하면서 환자 보호자로 주석중 교수님을 자주 뵀다. 그래서 환자 보호자로 봐온 주석중 교수님은 어떤 사람인지 말씀드리고 싶어 글을 쓴다"라고 말했다.

네티즌에 따르면 주석중 교수는 크리스마스에도 병원에서 대기할 정도로 환자에게 열정적인 의사였다. 그는 "정말 생뚱맞게 회진 시간이 아닌 새벽 시간이나 아무 때나 두문불출하시면서 환자를 돌보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희 아버지가 패혈증 증세까지 나타나 악화하셨을 때는 정식 회진이 아니었는데도 혼자 수시로 오셔서 아버지 상태를 확인하셨다"라고 밝혔다.

또 주 교수는 환자에 대한 배려가 남달랐다. 그는 "아버지 세 번째 수술할 때 병세가 스스로 감당이 안 돼서 망연자실한 아버지의 모습을 예감하셨는지 대낮에 병실에 혼자 찾아오셨다. 혼자 찾아오셔서 조심스럽게 병실을 떠나기 전 '수술하셔야죠?'라고 말씀하시고 떠난 교수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아버지 수술실 들어가시고 병실로 돌아와 짐 챙기며 무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당시 흉부외과 수술은 수술 후 바로 중환자실로 가기 때문에 일반 병실을 빼야 했다. 갑자기 주석중 교수님이 병실로 들어오셔서 '수술이 쉽지 않다. 이런저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라면서 우리 가족도 위로해 주고 각오도 하시라고 말씀하시며 수술실로 바로 가신 게 기억난다"라고 털어놨다.

페이스북 '노환규'
페이스북 '노환규'

네티즌은 "얼굴도 보기 힘든 대학병원 교수가 이렇게 병실에 불쑥불쑥 찾아오는 건 처음 봤다"라며 "어느 분 댓글 보니까 저승사자와 멱살 잡고 싸우시던 분이라고 하시던데 정말 딱 맞는 표현 아닌가 싶다. 주석중 교수님이 저희 아버지 생명을 15년 더 연장해 주셨다"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러면서 "제가 봐온 주석중 교수님은 뼛속 DNA까지 천생 의사였다"라며 "그간 사생활 없이 생활하시며 환자 보살피셨던 노고와 희생, 교수님 손으로 살리셨던 환자와 그의 가족들 모두 교수님께 깊이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와 실제 환자 등판... 뉴스도 그렇고 경험담도 읽어보니 훌륭한 사람이 맞았나 보다", "대동맥류 수술은 정말 분초를 다투는 수술이고 에크모까지 연결해야 해서 팀으로 한다. 의료계의 큰 별이 졌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체 불가 흉부외과 교수라는 게 맞나 보다. 이런 훌륭한 인재가 사고로 가다니 너무 안타깝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주석중 교수는 198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이후 그는 세브란스병원에서 흉부외과 전공의를 수료한 뒤 1998년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전임의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 대동맥 질환 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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