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치기’ 큰절 사과했던 소래포구 어시장… 집에 와보니 또 ‘다리 잘린 게’
2023-06-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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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노력한다더니 눈속임 여전
10년 전부터 근절 다짐…'역시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최근 수도권 최대 어시장으로 꼽히는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벌어진 '꽃게 바꿔치기'로 상인들이 석고대죄한 지 며칠 만에 유사한 고객 피해가 발생했다. 상인들의 자정 캠페인이 또다시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조선일보는 르포 형식의 기사를 통해 소래포구의 '바가지 뚝심'을 고발했다.
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 A 기자는 지난 16일 오후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을 찾았다. 꽃게 바꿔치기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소래포구 상인들이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호객 행위, 섞어 팔기, 물치기(물을 넣어 무게 늘리기), 바가지 등을 척결하겠다”고 약속하며 큰절을 올린 지 이틀 만이다.
상인들이 A 기자에게 처음 부르는 가격과 최종적으로 제안하는 가격은 달랐다. 1kg에 암게는 3만5000원, 수게는 2만원이라면서, 다른 가게로 가려 하면 각각 3만원, 1만8000~1만9000원에 주겠다고 제안했다.
크고, 튼실한 활(活)게를 들어 보이며 수게 1kg에 1만8000원을 부르는 가게에서 A 기자는 수게 2kg을 직접 구매했다. 바구니 두 개를 겹쳐 들고 “좋은 것을 골라주겠다”며 수조를 휘휘 저어 몇 마리를 담더니 2.31kg이라고 찍힌 저울 숫자를 보여줬다. 상인은 “아이스박스를 서비스로 주겠다”며 게를 상자에 털어 넣고 끈으로 묶어 건넸다.
그런데 A 기자가 집에 돌아와 상자를 풀자 게 다섯 마리 중 네 마리는 다리 없는 게였다. 집게다리가 하나씩밖에 없고, 몸통에 붙어 있어야 할 다리도 떨어져 없었다. 꽃게 바꿔치기를 당했다는 글쓴이가 올린 사진과 비슷했다.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은 지난 14일 고객신뢰 자정대회를 진행했다. 상인들은 ‘고객 신뢰 회복’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장을 돌며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지속해서 교육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래포구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샀는데, 집에 와서 해보니 다리가 떨어진 꽃게로 바뀌어 있었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하며 공분을 산데 따른 리액션이었다.

인천 소래포구는 2012년만 해도 에버랜드·롯데월드보다 많은 연간 845만명이 찾은 수도권 대표 관광지였다. 하지만 바가지 상술로 악명이 높아지면서 방문객이 줄었고, 상인들은 지난 2013년과 2020년, 작년과 올해에도 바가지요금과 바꿔치기 등을 근절하겠다는 자정대회를 열었다.
10여 년간 수차례 열린 캠페인에도 같은 모습이 반복되면서 이번 사과도 '공염불', '헛구호'일 거라는 여론의 시각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