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침수, '이것'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1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다
2023-07-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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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만들어진 배수펌프 4개
분당 3t 빗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관련해 내부에 물을 빼낼 수 있는 배수펌프가 4개나 있었지만 모두 제 기능을 못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호강 제방 일부가 무너지며 하천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의 제2 궁평지하차도(오송 지하차도) 내부에 물을 빼내는 배수펌프가 4개나 있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국경제가 16일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궁평 제2지하차도 내부엔 분당 3t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펌프가 4개 있다. 이 배수펌프는 지난 2019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만들었다. 이에 대한 위탁 관리는 도청이 맡고 있다.
이 시설은 시간당 최대 83mm의 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지난 15일 오전 지하차도가 침수되던 순간엔 작동하지 않았다.
인근 하천인 미호강에서 범람한 물이 갑자기 지하차도로 밀려 들어오면서 배수펌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선이 고장 났기 때문이다.
배전반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충북도청 도로관리사업소 측은 "해당 시설이 2019년에 만들어진 후로 고장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손 쓸 수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왜 배수펌프 오작동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호강 관리 부처와 지하도로 관리 부처가 다르다 보니 사전 재해 방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북도청 관계자는 "미호천은 환경부 소관, 지하도로 관리는 도청 도로관리사업소에서 맡다 보니 사전 침수 관리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라며 "미호천 제방 붕괴와 동시에 도로 통제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라고 밝혔다.
궁평 지하차도 침수사건 사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소방 당국은 실종자 9명을 수습했다.
한편 폭우 때마다 지하차도와 지하 주차장 등에 물이 들이닥쳐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어 사전 대처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23일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도 차량 7대가 불어난 물에 잠겼다. 당시 지하차도 내 차량에 있던 9명은 빠져나왔으나 3명은 미처 대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침수 대비 매뉴얼이 있는데도 차량 통제를 제때 못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관련 공무원 11명이 재판을 받아 1심에서 모두 실형과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다.
이에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2020년 지하차도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행안부는 집중호우로 지하차도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직접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원격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자동 차단시설 구축, 차량 내비게이션 회사와 지하차도 통제 상황을 공유해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지하차도 통제 상황을 제공하는 서비스 추진, 강우 정보와 통제 기준 등을 연계해 시설관리자에게 알리는 상황전파시스템 등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