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공무원들 “매년 '오송 지하도로 침수'같은 사고 또 일어날 것”

2023-07-1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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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재난 사고
현직 공무원들 “조직 내부 문제가 원인”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현재 시스템으로는 매년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침수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수색 장면 / 이하 뉴스1
침수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수색 장면 / 이하 뉴스1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오송 참사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이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글을 쓴 네티즌은 “현재 공조직에서 안전 관련 부서는 기피 1순위다. 주말, 새벽 출근은 일상인데 초과근무 수당은 시급 1만 원이라 월급 300만 원도 못 받는다. 다른 공무원들과 비슷한 월급 받고 일 잘해야 본전이고 사고 나면 감옥에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2년만 해도 그런 부서는 안 가려고 한다. 일 잘해서 평판 좋은 사람은 당연히 피하고, 운 나쁘게 그 부서를 가도 1년 만에 탈출하려고 다들 애쓴다. 정 안 되면 휴직한다. 그리고 로테이션도 빠르니 업무를 1년 이상 해본 사람도 많이 없고 인수인계도 잘 안 된다”고 부연했다.

글을 쓴 네티즌은 “결국 2년 간 전보가 제한되는 신규 발령자가 그 자리에 간다. 신규 때는 메뉴얼이 있어도 실수가 많다. 인원이 부족해서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고 다들 한계까지 여러 업무를 하기 때문에 남의 일은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팀 과장도 탈출할 생각 뿐이라 잘 모른다. 결국 귀책사유 없이 완벽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바로 감옥에 간다. 설령 완벽하게 대응을 한다고 해도 그때부터는 민원 폭탄이 들어온다. 휴직, 감옥 중 하나다. 참사가 안 날 수가 없는 구조다. 진짜 전문가한테 맡겨도 어려운 건데 대졸 초임한테 맡기면 이게 어떻게 제대로 돌아가겠냐. 행정은 무너지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올 거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무원 역시 해당 글에 “심지어 그 1만 원도 덜 주려고 11시부터는 무급이다. 주말도 4만 원만 준다. 다들 휴직계 내고 도망가고, 신규는 울다가 탈주한다. 참사가 일어나길 물 떠 놓고 빌고 있는 수준이다. 매년 반복될 듯싶다. 메뉴얼이 생기면 뭐 하냐”며 공감하는 의견을 남겼다.

앞서 다른 공무원 역시 “이번 사고로 피해자들도 안타까지만 계속 집 못 가고 재난 대비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불쌍하다. 특히 사고 업무 담당자, 전부 공무원들 욕하며 책임지라고 하는데 오송읍 전체에 시설관리 담당자는 1명이다”라며 업무 부담을 떠 앉는 공무원 구조를 지적했다.

청주시 오송읍 행복복지센터 조직도
청주시 오송읍 행복복지센터 조직도

글을 쓴 네티즌은 “그것도 이것보다 더 업무량 많은 2~3개 업무랑 같이 한다.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못 막는다. 지하차도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침수됐다고 전화 오고 정신없는 상황에 예측이 어렵지, 전문가들은 ‘미리 했어야 한다’고 하는데 누가 그런 말 못 하냐. 결과론적으로 그 자리는 사고 예방이 났을 때 책임지고 처벌받기 위한 자리다. 담당자는 파면되고 감옥 가야겠지만 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쿠
더쿠

글을 본 네티즌들은 “항상 말단 공무원만 불쌍하지”, “재난 관련 문제는 따로 청을 만들고 지역마다 전문 인력으로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 “요새 말단 공무원들 휴직 많더라”, “진짜 윗사람이 책임을 지면 좀 바뀌려나”, “이렇게 계속 말해야 조금이라도 바뀔 듯”이라며 댓글을 남겼다.

한편 지난 15일 아침 8시 4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폭우로 침수되면서 버스 등 차량 19대가 물에 잠기는 사고가 일어나 14명이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충북경찰청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되는 대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홍수 경보를 발령한 금강홍수통제소와 충북도청·청주시청·흥덕구청 등 담당 지자체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ome 심수현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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