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네… 퇴사 마렵네” 혼잣말했는데 나가라고 하네요
2023-07-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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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천리로 진행된 퇴사 절차
누리꾼 “오죽 미운털 박혔으면”

사소한 말버릇 때문에 회사에서 잘렸다는 30대 직장인의 하소연이 동정은커녕 뭇매를 맞고 있다. 누리꾼들은 '오죽 미운털이 박혔으면 조직 전체가 퇴사를 등 떠밀어주냐'며 딱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왔던 '혼잣말했다고 퇴사하라고 하네요'라는 글이 최근 에펨코리아 등 다른 커뮤니티에 재조명되고 있다.
30대 초반으로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에겐 남다른 버릇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혼자서 중얼대는 것.
2년 가까이 다니고 있는 현 회사에서도 입버릇처럼 "아 피곤하다", "아 배부르다"를 달고 다닌다.
어느 날 식당에서 밥 먹던 A씨가 "배가 너무 부르다. 어떡하지'를 연발하자 옆에서 식사하던 상사가 "배 많이 불러?"라고 확인하더니 A씨가 천천히 먹으려고 아껴둔 불고기를 젓가락으로 통째 집어 갔다. 사실 배부르다는 건 A씨의 본심이 아니었다. 저도 모르게 과식할까 봐 밥 먹을 때마다 스스로 주문을 건 것이었다.
어이없어 쳐다보는 A씨에게 상사는 "배부르다길래 도와준 건데 뭐가 잘못된 거냐"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이후로 A씨의 '배부르다'는 입버릇은 고쳐졌다.

반찬 사건이 있고 얼마 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날 A씨가 자리에 혼자 앉아 "피곤해 죽겠다. 피곤해 미치겠다"고 투덜대고 있었다.
앞서 반찬을 뺏어간 상사가 지나가다 그 말을 듣고는 "월요일 아침에 안 피곤한 사람이 어디 있냐? 일부러라도 다들 힘내려고 하는 거 안 보이느냐"고 핀잔을 줬다.
평소 이 상사가 말을 밉게 하는 구석이 있는 데다 반찬 뺏긴 것도 쌓여 있던 A씨는 "피곤한 걸 피곤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냐 다들 퇴사 날만 바라보고 사는 거 아니냐"며 대들었다.
이에 상사는 "당신 퇴사하고 싶어요?"라며 확인에 들어갔고 A씨는 홧김에 "예"라고 답했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A씨도 모르게 일사천리로 퇴사 절차가 진행됐다. 뭣 모르고 뱉은 게 부메랑이 된 셈.
이날 오후 A씨 곁을 지나던 부장이 "퇴사한다면서? 어디 좋은 제의받았나 봐"라고 싸한 말을 던지자 A씨는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감을 느꼈다.
당황한 A씨가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자 "퇴사하고 싶었던 것 도와주신 것 같은데 뭐가 문제냐"며 "사직서 양식은 인트라넷에 있다"고 말하곤 다들 그냥 가버렸다.
급기야 이틀 뒤에는 A씨 대신할 사람 뽑는다는 구인 공고문이 올라갔다.
부장에게 면담 신청을 하러 가자 부장은 "본인이 퇴사 의사를 밝혔고 구두로 승인이 난 거고 구인 공고도 시작됐다"며 A씨가 아무 말도 못 하게 만들었다.
회사 측은 '다음 주 프로젝트 마감 기념 겸 A씨 송별회를 한다'고 사내 공지를 띄워 A씨 퇴사에 쐐기를 박았다.
A씨는 "직장인 다들 하는 푸념 좀 했다고 사람을 이렇게 자르는 게 어디 있냐"며 "이대로 나가면 자진 퇴사가 돼 내일채움(청년내일채움공제 혜택)은 없어지고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 호소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장기근속 청년에게 성과보상금 형태로 만기공제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는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다. 솔직히 권고사직 아닌가"라며 "아직 사직서 제출 안 했으니 계속 다니겠다고 말하고 구인 공고 내려 달라고 해도 되는 거겠죠"라고 누리꾼들의 의사를 물었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자업자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말은 친구들에게나 하지 직장에서 안 한다", "친구들도 저런 말 계속 들으면 진절머리 난다", "틱 장애도 아닌데 왜 말을 못 가리나", "조금만 힘들어도 구시렁거리는 사람 옆에 있으면 진짜 짜증 난다", "혼잣말이면 좀 안 들리게 해라"며 A씨를 타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