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일하다가 쓰러진 택배 기사, 입주민들이 보여준 '기적'

작성일

함께 택배 일 하던 60대 부부
가슴 통증 호소하며 쓰러진 남편...입주민들이 마음 모아

아파트에서 배송을 하다가 쓰러진 택배 기사에게 온정이 쏟아졌다.

택배 기사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민 곳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다.

지난 17일 이 아파트를 담당하는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 정순용(68) 씨가 일하던 도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아내 주홍자(64) 씨도 정 씨와 함께 일하는데, 쓰러진 정 씨를 곧바로 서울 한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이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etamorworks-Shutterstock.com
이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etamorworks-Shutterstock.com

응급실 검사 결과 혈관 내 혈전으로 인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날 뻔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정 씨는 심혈관계 질환으로 심장 관련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전력이 있었다.

정 씨는 곧바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아내 주 씨는 택배 배송이 예정됐던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등 5개 아파트 주민들에게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안녕하세요. 택배기사입니다. 오늘 배송 중 저희 아저씨가 심장이 안 좋다고 해서 응급실에 왔습니다. 지금 수술 중입니다. 부득이 오늘 배송은 못 하게 됐습니다. 병이 낫는 대로 배송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Me dia-Shutterstock.com
Me dia-Shutterstock.com

이를 본 한 입주민이 아파트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 캡처본과 함께 정 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지난 19일 "우리 단지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님이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모두 보셨을 것"이라며 "병원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모금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공지했다.

입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참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모금을 시작했다.총 930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에서 이틀 만에 107세대가 참여, 248만 원이 모였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2일 "기사님께서 배송 중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입주민이 걱정했다. 저희 입주민들에게 기사님은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조금씩 성의를 모았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이 성금을 정 씨에게 전달했다.

vchal-Shutterstock.com
vchal-Shutterstock.com

이용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원래 100만 원을 목표로 모금을 한 것인데, 이 정도로 많은 입주민이 참여할 줄은 몰랐다"며 "택배기사님도 우리 아파트 공동체의 일원이기에 상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모금했다"고 말했다.

주 씨는 "남편이 쓰러지던 날, 급한 대로 신선식품 배송은 마치고 병원으로 간 것인데, 의료진이 '조금만 늦었으면 정말 큰일이 났을 것'이라고 말해 가슴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며 "병원에서 돌아와 조금은 늦었지만, 아들을 불러 밤 11시 30분까지 택배 물품 배송을 마쳤다"고 전했다.

metamorworks-Shutterstock.com
metamorworks-Shutterstock.com

그러면서 "우리 부부가 나이가 들다 보니 택배 배송 업무가 빠르지 않고, 가끔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어 입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다니 정말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정 씨 또한 "입주민들이 건넨 성금을 전달받을 때 눈물이 다 났다"며 "아파트 거주자 대다수가 젊은 사람들인데, 이렇게 선한 분들이 많았다니..."라며 감격해했다.

이어 "가슴 통증이 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오늘 업무에 복귀해 정상 근무를 재개했다"며 "큰 도움을 받은 만큼, 앞으로 본연의 업무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