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성폭행 피해자 어머니가 22일 등교 전 발인식 온 제자들 끌어안으며 한 말
2023-08-22 13:39
add remove print link
유족·동료·제자들 눈물 속 치러진 발인식
피해자 어머니 “너희가 제일 보고 싶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성폭행 살인 사건의 피해자 발인식에 제자들이 방문해 슬픔을 드러냈다.


22일 오전 6시 40분께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 피해자 A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이날 발인식에는 피해자의 유족과 동료 등 50여 명이 참석해 애도했다.
발인식에 참석한 유족들은 A씨의 이름을 부르며 "이게 무슨 일이야", "억울하고 원통해서 어쩌누"라며 흐느꼈다. 고인의 어머니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아가, 아직 가지 마"라며 오열했다.
특히 이날 발인식에는 A씨의 제자였던 학생 6명도 있었다. 초등학생 때 A씨와 사제 연을 맺은 학생들은 어느새 고등학생이 돼 있었다. 교복 차림의 제자들은 등교 전 빈소에 들러 눈물을 훔쳤다.

고인의 제자인 고등학교 남학생은 "선생님은 저희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저희와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지내셨던 분"이라며 "다른 반 학생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반 분위기가 좋았는데 그게 다 선생님 덕분이었다"라고 이날 이데일리에 말했다.
그는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땐 아니길 바랐다"라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는데 마지막이니까 선생님을 편하게 보내드리려고 오게 됐다"라며 침통해 했다.
국민일보도 A씨의 제자들과 유족의 가슴 아픈 만남의 현장을 보도했다. 제자들이 빈소로 들어서자 유족들은 A씨 이름을 부르며 "네가 가르친 아이들이 저렇게 컸다"라고 탄식했다. A씨 어머니는 "너희가 제일 보고 싶었다"라며 한 명씩 끌어안은 뒤 "훌륭한 사람이 돼서 나중에 꼭 만나자"라고 말했다.
올해 20살이 된 김 씨는 A씨가 9년 전 자신을 칭찬하며 준 '으쓱 카드'를 잊지 못한다고 매체에 털어놨다. 김 씨는 평소 싫은 말을 못 했던 A씨가 학생들을 혼내는 대신 '머쓱 카드'를 건넨 일도 기억하고 있었다. 김 씨는 "지금 선생님을 만나면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했다고, 덕분에 잘 컸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했다.
3년 전 A씨를 처음 만났던 이 모(15) 양은 어머니와 함께 빈소를 찾아 "선생님과 더 있고 싶다"라며 어머니에게 졸업하기 싫다고 투정 부린 일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22일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는 지난 21일 피해자 A씨 시신을 부검해 1차 구두 소견을 냈다.
국과수는 '경부압박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 손상'을 직접 사인으로 봤다. 피의자 최 씨가 범행 당시 A씨의 목을 조르면서 뇌에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뇌 손상이 발생했고 결국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 17일 피해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이틀 만인 19일 오후 숨졌다.
현재 최 씨는 성폭행을 위해 너클을 구입해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씨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최 씨에게 최소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입증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은 오는 23일 신상 공개위원회를 열어 최 씨의 얼굴과 실명·나이 등을 공개할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