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로 출산한 레즈비언 부부 "한국사회, 따뜻하다"

2023-08-3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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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명은 라니, 꿈속 난초에서 영감 얻어
정자는 벨기에의 난임병원에서 제공 받아

국내에서 최초로 출산 소식을 전한 한국인 레즈비언 부부가 소감을 전했다.

김규진(32) 씨와 김세연(35) 씨는 지난 30일 딸 '라니'(태명)를 품에 안았다. '라니'는 규진 씨 부부의 친구가 대신 꾼 태몽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꿈속에 나온 온실 중앙에 큰 난초가 있었는데 꽃은 동양란, 잎은 서양란의 모습이었다.

이하 유튜브 '네온밀크 NEON MILK'
이하 유튜브 '네온밀크 NEON MILK'

라니는 벨기에의 난임병원에서 정자를 제공 받아 규진 씨가 낳은 아이다. 출산을 한 병원은 세연 씨가 근무하는 병원이다. 세연 씨는 수도권 소재 병원의 마취과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은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출산 과정이) 너무 지쳐서, 라니가 태어났을 때 '드디어 나왔다'는 기쁨이 컸어요. 아기가 생각보다 너무 작더라고요"라고 말했다.

2019년 미국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해 11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던 두 사람은 한국에서도 혼인신고를 하려 했으나 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규진 씨는 지난해 12월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정자를 기증받았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윤리 지침상 법적·사실혼 부부만 정자 공여 시술을 받을 수 있어, 법적으로 비혼 여성인 규진 씨는 한국에서 시술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규진 씨는 "한국 사회가 생각보다 더 따뜻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로 오픈되어 가고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며 주변의 축복에 감사를 전했다.

규진 씨와 세연 씨는 '라니'가 안전한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규진 씨는 "(라니가)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이해해주는 친구들과 즐겁게 자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세연 씨는 "규진이의 건강에 이상 없이 아기가 잘 태어나서 너무 기쁘다"며 "지금 일하는 병원에서도 모든 사람이 우리 부부를 서로의 배우자이자 보호자로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동성 부부도 출산하게 된다면 우리와 같이 따뜻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규진·김세연 씨 제공-연합뉴스
김규진·김세연 씨 제공-연합뉴스

규진 씨는 "기사 댓글을 보면 아이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미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있다. '아빠가 없는데 어쩌냐'는 댓글도 봤다. 하지만 이미 아빠가 없는 가정도 많고, 주변에 엄마가 두 명이고 아빠가 세 명인 가정도 본 적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레즈비언 가정, 한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도 모두 포용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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