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에 시달리다 제 동생 이은총이 살해당했습니다... 정말 원통합니다“

2023-09-10 09:10

add remove print link

접근금지 명령에도 찾아가 살해
검찰, 30대 남성 구속 기소

인천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흉기에 찔려 숨진 여성의 유족이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까지 공개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특히 피해 여성은 6살 딸과 엄마 앞에서 무참히 살해된 사실이 알려졌다.

유족이 공개한 스토킹 피해자 이은총씨 생전 모습(왼쪽)과 가해자의 폭행으로 팔에 멍이든 모습./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유족이 공개한 스토킹 피해자 이은총씨 생전 모습(왼쪽)과 가해자의 폭행으로 팔에 멍이든 모습./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지난 8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토킹에 시달리다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A씨는 피해자의 사촌 언니라고 고백했다.

A씨에 따르면 피해자 이은총 씨는 지난 7월 17일 오전 6시께 거주하고 있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아파트에서 전 남자친구 30대 B씨가 휘두른 칼에 찔려 숨졌다.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던 차였다.

이 씨는 B씨와 한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B씨는 이 씨 소개로 같은 직장에 다니기도 했다. B씨는 이 씨와의 결혼을 원했으나 한 차례 결혼 실패 경험이 있던 이 씨는 결혼을 거절했다.

가해자의 폭행으로 팔에 멍이든 모습.
가해자의 폭행으로 팔에 멍이든 모습.

이후 B씨의 집착이 심해졌고 다툼도 많아지자 이 씨는 이별을 통보했다. 그때부터 스토킹이 시작됐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는 “연락으로 계속 괴롭히고 차로 은총이를 뒤따라 왔다. 직장에서 계속 마주칠 사람이니 좋게 해결하려 했으나 B씨는 (이 씨의) 팔에 시커먼 멍이 들때까지 폭행하기 시작했고 결국 은총이는 지난 5월 18일 스토킹 신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스토킹 신고 이후로도 이씨를 향한 B씨의 스토킹은 계속됐다. B씨는 SNS 프로필 사진 등에 이씨와 과거 연인 시절 찍은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차를 타고 위협적으로 이씨를 쫓아오는 일도 있었다.

이어 A씨는 “지친 동생은 사진 내려주면 고소를 취하해 준다고 했고 그렇게 하겠다는 각서를 받고 고소를 취하했다”며 “그런데 지난 6월 9일 또 B씨가 은총이 집앞에 찾아와 경찰에 신고를 했다. B씨는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총이는 스마트워치를 매번 차고 있었다. 그렇게 한달이 채 되지 않은 6월29일 경찰이 집을 찾아왔다. ‘B씨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치 반납을 해달라’고 안내해 그렇게 자진반납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후 지난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B씨가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채 집앞에서 은총이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이은총씨가 스토킹범의 흉기에 찔린 장소.
이은총씨가 스토킹범의 흉기에 찔린 장소.

A씨는 이 씨가 살해당하던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A씨는 “(집 안에 있던) 엄마는 살려달라는 은총이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와 B씨를 말리다가 흉기에 찔렸다. 손녀가 나오려고 하자 손녀를 보호하는 사이 은총이가 찔렸다”라며 “살해를 마음먹기 전 B씨는 자기가 입고 있던 양복도 곱게 접어두고 흉기를 휘둘렀다”며 “은총이가 쓰러지자, 자신도 옆에 누워 배를 찌르곤 나란히 누워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또 A씨는 이 씨의 모친이 매일 슬픔에 허덕이고, 6살 된 딸은 엄마 없이 세상을 살아가게 됐다며 고인 사망 이후의 불행한 일상을 토로했다.

A씨는 “은총이가 죽은 7월에서야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됐다. 그럼 이제는 안전해지는 걸까”라며 “접근금지명령도 형식에 불과하고 스마트워치는 사고가 일어나야만 쓸모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많은 피해자분이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죄를 A씨에게 적용할지 검토했으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유지했다.

검찰은 살인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home 이범희 기자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