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 교사 죽음에 '세이브더칠드런' 단체의 책임도 있다”

2023-09-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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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악성 민원 시달리다 극단 선택한 대전 교사
누리꾼 “세이브더칠드런 후원 취소해야” 목소리

대전 유성구 초등학교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 전 세계 어린이의 구호 활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의 후원을 중지하자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세이브더칠드런 로고
세이브더칠드런 로고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세이브더칠드런 후원 중지합시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이날 해당 게시글 작성자 A씨는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등의 아동 후원 단체가 아동학대 조사기관으로서 본인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아동학대 신고당한 교사를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아동학대가 맞다'라고 판단하고 경찰에 넘긴다고 한다"고 알렸다.

이어 그는 "대전 초등 교사 죽음에 이들 단체의 책임도 있다"며 학교에서 이들 단체와 협력하여 행사도 많이 진행하고 제 주변 교사들도 이들 단체를 후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배신감에 참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최근 발생한 대전 교사 극단 선택과 관련된 보도가 담겨 있다. 특히 해당 보도에는 "아동학대 조사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 결과 '정서학대'로 판단해 사건이 경찰서로 넘어가고,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은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또 보도에는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 조사 기관은 교육 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며 조사 기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왜 이런 단체들이 교사의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합니까? 무슨 자격으로", "다른 애들 목 조르고 배 발로 차는 아이를 지도한 선생님이 아동 학대라니 목 졸리고 배 차이는 아이들은 누가 지켜주나요? 다수의 선량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생활 지도한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몰고 가는 기관이 진짜 아동을 위한 기관인가요?", "저도 후원 취소하려구요!!", "진짜 충격적인 기사네요.. 세이브더칠드런이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발인이 거행된 9일 교사가 근무했던 학교 교실에 고인의 영정이 들어서자 동료 교사와 제자들이 오열하고 있다. / 뉴스1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발인이 거행된 9일 교사가 근무했던 학교 교실에 고인의 영정이 들어서자 동료 교사와 제자들이 오열하고 있다. / 뉴스1

한편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도 이같은 내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게시글 작성자 B씨는 "세이브더칠드런이 가해 학생을 정서 학대 피해자로, 훈육 담임을 정서 학대 가해자로 판단했다니 기가 막힌다"고 적었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 역시 "저 여기 후원하는데 화나네요. 당장 내일 전화해서 끊어야겠어요", "어이없네요, 자기들이 교육해 보던가", "교육 현장은 1도 모르고 전문가들도 아닌 사람들이 아이 쪽에서 힘들었다고 하니까 무조건 선생 잘못이라고 몰아간 듯", "후원받아서 운영하는 업체다 보니 실적 채우기에 급급. 거기다 직원들 전문성도 많이 떨어짐. 직원들 이직률도 높구요. 가장 큰 문제는 경찰에서 아동학대인지 아닌지를 이런 업체에 의뢰해서 여기서 나온 걸로 결정해 버린다는 거죠" 등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일 극단 선택으로 숨진 40대 대전 초등학교 여교사는 한 학부모로부터 지독할 정도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1에 따르면 유성구 한 초등학교의 담임이었던 A씨는 2019년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을 지적하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히는 행동을 하는 아이를 제지하는 생활지도 과정에서 여러 민원을 받았다.

특히 같은 해 11월 26일 다른 학생의 뺨을 때린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자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A씨를 찾아와 “많은 아이들 앞에서 망신을 줬다”며 수차례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해 12월 문제의 학부모는 A씨가 생활지도 과정에서 자기 자녀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고 주장하며 아동학대 혐의로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참다못한 A씨가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요청했으나 열리지 않았다.

나아가 A씨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학부모는 A씨가 올해 전근을 가기 전까지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강민선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