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27평 집 사려면 26년 치 월급 안 쓰고 모아야... 주요국 중 이런 나라는 없다

2023-09-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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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 NUMBEO 조사 인용 발표
한은 “주요국 중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 매우 높은 편”

한국에서 27평짜리 집을 사려면 26년간 번 돈을 모두 저축해야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시내 전경(좌)과 길거리에 앉아 식사 중인 노인들의 모습 (참고 사진) / 뉴스1, Bagus upc-shutterstock.com
서울 시내 전경(좌)과 길거리에 앉아 식사 중인 노인들의 모습 (참고 사진) / 뉴스1, Bagus upc-shutterstock.com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지난 14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엔 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 NUMBEO가 조사한 전 세계 국가(80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이 포함됐다. PIR은 중위 사이즈인 90㎡(27평) 주택 가격을 가계의 평균 순가처분소득액으로 나눈 값이다.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을 26년 동안 꼬박 모아야 27평짜리 집 한 채를 살 수 한국보다 더 높은 PIR을 기록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10개국이었다. 이 10개국 가운데 선진국 또는 주요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한국보다 PIR가 높은 국가는 △시리아(86.7배) △가나(78.6배) △홍콩(44.9배) △스리랑카(40.8배) △중국(34.6배) △네팔(32.8배) △캄보디아(32.5배) △필리핀(30.1배) △나이지리아(28.2배) △에티오피아(26.4배)가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와 비슷한 나라의 PIR를 살펴보면 △일본 10.3배 △이탈리아 9.7배 △스페인 7.8배다. 높은 인구 밀집도로 유명한 대만(20.1배), 싱가포르(15.5배)도 한국보다 낮았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기초 경제 여건과 비교할 때 주택 가격은 여전히 소득과 괴리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국에 비해서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은행 제공-뉴스1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은행 제공-뉴스1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 또한 이날 보고서 설명회에서 "한국의 주택 가격이 고평가돼 있다는 사실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라면서 "어느 지표로 보더라도 고평가돼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득보다 높은 집값은 가계 부채를 부풀려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은행 가계 대출은 지난 4월부터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17조원 늘어난 상태다.

한은은 "우리나라 금융 불균형은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부동산 부문으로의 자원 쏠림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저하, 부동산 경기에 대한 경제 취약성 증대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켜 왔다"고 설명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