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최서원)과의 관계에 대해 처음으로 입 열었다

2023-09-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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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인터뷰서 “국정농단 몰라…주변 관리 못한 제 불찰”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라는 평가엔 동의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 뉴스1
박근혜(71) 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과 관련해 국민에게 주변을 살피지 못해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사익편취ㆍ국정농단에 대해선 자신도 몰랐다면서도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박 전 대통령은 26일 공개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공식 인터뷰는 특별사면 후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로 불린 최씨와의 국정농단에 대해선 “검찰 조사에서 듣고 정말 너무 놀랐다”라면서 최씨의 비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 번도 최 원장이 저를 이용해 사적인 잇속을 챙긴다거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심 없이 저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2018년 2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2018년 2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고 최씨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묻는 물음엔 “최서원 원장(최씨가 과거 유치원 원장을 지내 평소 ‘최 원장’으로 호칭)은 최태민 목사의 딸이라서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부터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1998년에 제가 대구시 달성군 보궐선거에 나오면서 최 원장의 어머니가 달성에 와서 저를 도와주었고, 또 그때 최 원장의 남편인 정윤회 실장도 함께 와서 도와줬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사적인 심부름을 할 사람이 없었다. 제가 여성이니까 (남성) 비서관들한테 시키기 어려운 것들이 있지 않겠나. 그래서 최 원장이 청와대에 드나들면서 심부름하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 뉴스1

박 전 대통령은 구속수감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의 탄생을 지켜본 심정에 대해선 “대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참 착잡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 북핵에 대한 대응 방식이라든가, 동맹국들과의 불협화음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나라 안보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총선 당시 옥중 서신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데 대해선 “총선에서 (보수가) 다수당이 돼야 문재인 정부를 견제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마음에서 우선은 일단 단결해 선거에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저도 개인적으로 여러 불편함이 있었지만 다 제쳐 놓고 우선은 ‘보수 세력이 단결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일각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했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라는 평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진당 해산’ ‘공무원 연금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은 국운이 달린 문제여서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 뉴스1

박 전 대통령은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총선 출마설에 선을 그으며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 별 계획이 없다.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서 이것이 저의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고,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친박 정당인 우리공화당이 자신의 명예 회복을 명분으로 총선 후보를 낼 수도 있다는 물음에 대해선 “우리공화당이 탄핵 무효를 주장하면서 고생을 많이 한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의 입장과 정치인의 입장은 순수성에 있어서 다르다고 본다. 내년 총선에서 정치인은 자기 정치를 하면 된다. 선거에 나서면서 제 사진을 내걸고 ‘저의 명예 회복을 위해 출마하는 것’이란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