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사유… 판사는 이례적으로 이렇게 길게 밝혔다 [전문]

2023-09-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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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92자로 이뤄진 기각 사유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등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구속 영장이 기각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선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스1(공동취재)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등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구속 영장이 기각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선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스1(공동취재)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7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밝힌 기각 사유가 관심을 끈다.

유 부장판사는 총 892자 분량의 사유를 통해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이 통상 영장을 기각할 땐 범죄 소명이 부족하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식으로 한두 문장으로 기각 사유를 설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긴 설명인 셈이다.

이는 검찰이 이 대표 구속영장청구서에 적시한 주요 의혹인 백현동 특혜 개발 사업,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검사 사칭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요구했던 위증교사에 대해 각각 다른 판단을 내린 때문으로 보인다.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뉴스1(공동취재)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뉴스1(공동취재)

유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증거인멸 우려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제1야당의 현직 대표라는 점을 고려했다.

그는 우선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선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 자체를 증명하기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만큼 구속수사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한 셈. 유 부장판사는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이 대표)의 상황,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유 부장판사는 백현동 특혜 개발 사업 의혹에 대해 "피의자(이 대표)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며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는 아니다"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당시 공문과 녹음파일 등 증거자료를 검찰이 충분히 확보한 만큼 증거 훼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유 부장판사는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혐의 자체에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와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가해진 회유·압박 정황을 두고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 주변 인물들이 회유·압박을 가했다는 정황이 있다면서도 회유·압박이 이 대표 지시로 이뤄졌다는 점을 검찰이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밝힌 유 부장판사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1. 피의자명 : 이재명

2. 피의죄명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3. 결과: 기각

① 혐의 소명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② 증거인멸의 염려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담당법관 :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