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박사를 채용합니다… 월급은 200만원입니다” 구인공고 논란

2023-10-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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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양심 헤드헌터에 뿔난 구직자
포항공대 박사, 삼전 가면 과장급

포항공대 캠퍼스 내 78계단이 축제를 알리는 문구로 장식돼 있다. / 뉴스1
포항공대 캠퍼스 내 78계단이 축제를 알리는 문구로 장식돼 있다. / 뉴스1

국내 최장상급 명문 공대인 포항공대(포스텍)에서 박사 학위를 갓 딴 젊은 인재가 구직 시장에 나왔는데 헤드헌터로부터 최저임금의 중소기업 보조원 자리를 제안받는 굴욕을 당했다. 의대 쏠림 현상으로 국내 과학자는 찬밥 신세라고는 하나, 포항공대 박사 출신이면 삼성전자에 과장급으로 채용될 수 있는 레벨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헤드헌터가 포항공대를 포항에 있는 지잡대(지방에 있는 잡 대학)로 착각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월급 200만원 박사 모십니다'라는 자조 섞인 글이 올라와 에펨코리아 등 다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월급 200만원 박사 모십니다' / 에펨코리아
'월급 200만원 박사 모십니다' / 에펨코리아

첨부된 사진을 보면 글쓴이의 친구 A씨는 포항공대 대학원 물리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올해 2월 졸업했다. 학점도 나쁘지 않다.

출신 대학(학부)을 블러 처리한 건 비 포항공대이거나 신상이 드러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헤드헌터가 추천한 곳은 중소기업 그것도 연구 보조원 자리였다. 그것도 월급 201만원의 박한 대우였다. 근무지도 대도시가 아닌 경기 군포였다.

포항공대 박사 학위자에게 최저임금을 받는 직장을 소개하겠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이다.

포항공대 학생들이 잔디밭에 모여 앉아 토론을 하고 있다. / 뉴스1
포항공대 학생들이 잔디밭에 모여 앉아 토론을 하고 있다. / 뉴스1

고용 형태도 놀랍다. 정규직이 아닌 2개월 근무 후 평가를 매겨 연장되거나 잘리는 노예 계약이다.

글쓴이는 "친구가 삼성전자에 가느냐 SK하이닉스에 가느냐 고민 중인데 양심 없는 헤드헌팅이 날아왔다"며 "헤드헌터가 전화 와서 '좋은 기회인데 생각 없으시냐' 하길래 친구가 '이력서 제대로 본 거 맞으시냐"고 물었다고 한다"고 어이없어했다.

이어 "헤드헌터가 '이력서 제대로 봤다'고 시전하자 친구는 '하…' 이러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박사 출신은 삼성전자에 CL3(과장급)로 채용된다"며 황당해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베트남 (프로축구) 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인) 음바페한테 오퍼한 꼴", "포항공대가 어느 정도인지 중고딩들도 안다", "카이스트는 드라마까지 있는데 포항공대는 없으니", "원래 헤드헌터들은 저렇게 한다", "이러니 인재들이 의대에 줄 서는 거다", "인문학 박사는 실제로 월급 200만원 받고 일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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