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때 응원여론 조작, 이 사람이 했다

2023-10-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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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누리꾼의 장난이 정치 이슈로까지 번졌나
닉네임 '초전도드래곤', 디시인사이드서 “내가 조작”

1일 오후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과 중국의 축구 8강전에서 대한민국 이강인이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 뉴스1
1일 오후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과 중국의 축구 8강전에서 대한민국 이강인이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 뉴스1
포털사이트 다음의 축구 응원페이지에서 남자 축구 8강전의 응원 여론을 조작한 사람이 디시인사이드 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과 중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8강전 클릭 응원에서 한국 응원 측이 6.8%(211만 건), 중국 응원 측이 93.25%(2979만 건)로 집계됐다. 중국 측 응원 비율이 과하게 높았던 까닭에 누리꾼들 사이에서 조작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카카오가 공개한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의 클릭 응원 추이 / 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공개한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의 클릭 응원 추이 / 카카오 제공

정치권에서도 큰 논란이 일 정도로 파장이 상당했다. 국민의힘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할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 때도 비슷한 일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에서 발생한 응원 조작은 풍문으로 떠돌던 해외세력의 국내 여론조작 가능성을 수면 위로 드러낸 중요한 사건"이라며 "축구 국가대항전이 가지는 상징성을 비춰볼 때 이런 조작을 실제로 해외세력이 행했다면 우리 국민의 자부심에 대한 조롱과 모욕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드루킹 사건을 비롯해 수차례 매크로 논란이 있었음에도 우리나라 주요 포털이 불순한 여론조작 공작에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나섰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이날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매크로가 악용될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며 "필요하다면 정보통신망법 개정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포모스 등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일부 디시인사이드 회원이 응원 여론 조작에 나섰다.

‘초전도드래곤’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디시인사이드 회원이 지난 2일 오전 0시 38분 디시인사이드에 ‘축구 응원 주작 중’이란 게시물을 올려 서버 2대로 응원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원은 “갖고 있는 서버를 총동원하고 셀러리 라이브러리를 써서 해볼까”라고 말했다.

그는 응원 여론이 조작돼 논란이 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댓글란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한 회원이 “너였느냐”고 묻자 ‘초전도드래곤’은 “중국 쪽에 몰표 넣는 중이다”라면서 자신이 여론을 조작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초전도드래곤’은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실시간 베스트까지 갈 줄은 몰랐다. 시국이 시국이라 민감할 거 같긴 했는데 큰 일 났다"라면서 자신의 장난이 사회적인 이슈가 된 데 대해 부담감을 토로했다.

이후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주요 언론이 사태를 다루자 부담감을 느낀 까닭인지 ‘초전도드래곤’은 자기가 올린 게시물들을 싹 지웠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철없는 누리꾼의 장난을 정치 이슈로까지 만드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전도드래곤'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디시인사이드 회원이 축구 응원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 디시인사이드 캡처
'초전도드래곤'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디시인사이드 회원이 축구 응원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 디시인사이드 캡처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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