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버틴 학폭 재판 '불출석'으로 패소시킨 변호사…손해배상 소송도 '불출석'

2023-10-1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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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관련 손해배상 재판 불출석으로 패소한 권경애 변호사
유족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불출석

2021년 서울 성동구 서울숲 포휴에서 열린 여야 대선 후보에 대한 정책을 검증하는 선후포럼에 참석해 시작에 앞서 대화를 나누는 권경애 변호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부터) / 뉴스1
2021년 서울 성동구 서울숲 포휴에서 열린 여야 대선 후보에 대한 정책을 검증하는 선후포럼에 참석해 시작에 앞서 대화를 나누는 권경애 변호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부터) / 뉴스1

학교폭력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 특별한 이유 없이 3회 연속 불출석해 의뢰인인 유족을 패소하게 한 권경애 변호사가 유족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불출석한 사실이 전해졌다.

또한 권 변호사는 피해자 유족 측이 제시한 2억 원의 위자료 청구가 과도하다며 재판부에 기각을 요청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권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한 조정 기일에 학교폭력 피해자인 고(故) 박주원 양(사망 당시 16세)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의 2차 조정기일에 직접 출석하는 대신 대리인을 통해 권 변호사는 답변서를 제출했다.

권 변호사는 답변서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의 범위는 원고로부터 받은 수임료 총 900만 원에 대해 과실을 따져야 한다"라며 "정신적 위자료와 관련해서도 피고(권 변호사)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언론에 공표함으로써 받은 정신적 충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유족 측이 청구하는 위자료는 권 변호사에게 지급한 수임료 내에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날 이 씨는 딸의 영정을 안고 법원에 출석해 조정이 끝난 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권 변호사와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보여주길 바란 것인데 권 변호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권경애 변호사의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영정 사진을 든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 / 뉴스1
권경애 변호사의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영정 사진을 든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 / 뉴스1

앞서 권 변호사는 2016년부터 이 씨가 서울시교육감과 가해 학생 부모 등 38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변호인을 맡았다. 이 씨의 자녀 박 양은 중·고등학교 시절 물리적, 사이버 폭력 등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지방법원은 지난해 2월 소송 제기 6년 만에 가해 학생 부모 1명의 책임을 인정하고 5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19명을 상대로 항소했으며 가해 학생 부모도 항소했다.

하지만 이 씨의 항소는 지난해 11월 10일 취하됐다. 2심 재판 절차 동안 권 변호사가 재판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는 지난해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3차례 열린 항소심 재판에 모두 불출석했다.

민사소송법상 재판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결국 항소심 법원은 지난해 11월 24일 가해 학생 부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 패소 결론을 냈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이런 사실을 이 씨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이 씨는 패소 사실을 몰라 상고하지 못했다. 그 결과 1심이 인정했던 배상도 받지 못했다.

이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이 씨는 지난 4월 그의 소속 법부법인, 같은 법인 변호사 2명을 상대로 2억 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올해 7월 이 소송을 조정에 회부했다.

권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지난 6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1년 징계를 받았다.

home 이설희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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