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주사 맞고 추락, 하반신 마비된 고등학생...5억 7000만원 배상 판결에 의사들 반발

2023-10-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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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주사 맞고 아파트에서 추락한 고등학생
법원 판결에 의사 단체 “배상액 과하다”

독감 치료 주사를 맞고 이상 증세가 나타난 환자에 대해 법원이 수억 원의 배상 판결을 했다.

최근 한 판결이 의료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18년 한 고등학생이 독감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 주사를 맞고 가족들이 외출한 사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학생은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다.

법원은 병원의 책임을 인정해 원고 측에 5억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환자가 병원으로부터 환각 같은 부작용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법원은 판결의 근거로 해당 약의 설명지에 항바이러스 주사제 투여 시 환각이나 이상행동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적혀 있고 소아나 청소년은 더 위험해 이틀 동안 혼자둬선 안 된다고도 돼 있는데, 환자가 의사로부터 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주사와 환각 등 부작용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상액 규모가 과도하게 많다"며 반발했다.

31일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들의 모임은 입장문을 내고 "항바이러스 주사제와 환각·이상행동 같은 부작용 간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면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지 않은 독감 환자에서도 환각이나 이상행동의 부작용이 발생한 다수의 사례가 이미 의학 논문에 발표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이 인과관계도 확실치 않은 사건에 대해 단순히 약의 설명지에 해당 내용이 써 있다는 이유로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은 증거 중심주의라는 법의 원칙을 근본부터 허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안타까운 사건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배상액 규모가 과도하게 많이 책정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진료 행위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들의 모임은 "항바이러스 주사와 부작용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데 비해 병원 측에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면서 "현실적으로 해당 치료를 하고 일선 병의원이 얻는 이익에 반해 법원이 터무니 없는 거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함으로서 앞으로 의사들은 환자 치료에 있어 또 하나의 큰 걸림돌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환자가 피해를 입은 것은 지극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아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필수의료를 행하다 발생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충분히 배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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