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끼리 좀 싸워주세요” 주작 대본으로 국제결혼 혐오 조장하는 방송사
2023-11-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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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시청률인가 국결 인식 흠집인가
작년 '고딩엄빠2', 작가가 상황극 요구해
우리나라가 내년 아시아 최초로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진입하면서 이에 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국제결혼 가정의 융화에 힘써야 할 방송계가 되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일부 방송 작가들이 잘살고 있는 국제결혼 부부에게 연락해 불행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작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1월 모로코 아내와 한국인 남편의 일상을 전하는 국내 유튜브 채널 '마허 킴스 패밀리(Maher Kim's Family)'에 고발 영상이 올라왔다.
부부는 드라이브하는 차 안에서 작년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회 모로코의 선전 등을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데 순간 모로코 아내가 정색하더니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뜻밖의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내는 영어로 "부디 저희가 싸우는 것, 갈등 있는 것을 연출하고 싶으신 TV 프로그램 작가님들. 그만 이메일 보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이어 "저는 모로코에 가족들을 두고 한국에 멀리 오는 힘든 선택을 했고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고 그이는 저를 깊이 사랑합니다"며 "이런 갈등 유발 프로그램이 정말 싫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이런 메일 오면 차단할 거다"며 "왜냐하면 (방송에) 나가면 막 우리를 싸우게 하기 때문이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좋은 국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든지 긍정적이고 밝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반드시 출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운전대를 잡은 남편이 거들었다.
그는 "아내는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외국인이 방송 나오는 것도 무지 싫어한다. 문제가 된 몇몇 외국인처럼 한국 사랑하는 척하는 외국인들도 싫어한다"는 보충 설명을 달았다.
아내의 작심 발언은 시청률에 꽂혀 국제결혼 혐오를 유도하는 일부 방송 작가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러 갈등을 만들어 서로 싸우게 연출하자고 연락 오는 방송 작가들이 있다는 뜻이다. 아내의 목소리가 살짝 격앙된 것으로 미뤄 한두 번 연락 받은 게 아닌 듯하다.
가족들을 고국에 두고 멀리 타국에 시집온 외국인에게 이런 연출을 요구하는 건 무례를 넘어 횡포로 명백한 사생활 침해다.
마음속에 담아둔 응어리를 뱉어낸 부부는 '카타르 월드컵 모로코 4강'을 자축하자며 화제를 돌렸다.
일부 방송사가 출연자들에게 과한 설정을 요구하고 방송을 조작한다는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2'에 출연한 하리빈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에서 악마의 편집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하리빈은 방송에서 남편에 대한 집착이 과한 아내로 비쳤다. 남편이 야근으로 전화를 안 받자 부재중 기록을 13통이나 남겼으며, 직장 사장에게 전화해 남편의 근무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리빈은 "하루에 13통까지 한 적은 없었는데 방송에는 13통이 찍혀 있더라. 남편한테 물어보니 제작진 번호를 제 이름으로 저장해 전화 13통을 걸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상황에서도 작가분들이 옆에서 '지금 전화해보라'고 계속 요구하셔서 전화를 낮에 3통 이상 한 것 같은데, 그것조차 짜깁기와 편집으로 그 이상, 한 것처럼 나갔다"며 억울해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욕설과 같은 비속어보다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시청자들은 생각한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조사 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