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the first time=처음처럼' 감성 포기 못해 한국어 내다버린 국내 식당·카페

2023-11-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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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철자도 틀리고 표기법도 제멋대로
식당·카페서 유행 중인 감성 영어 메뉴판

최근 국내 식당과 카페의 무분별한 영어 사용으로 손님들의 불편이 초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한 카페의 케이크 진열장, 메뉴 이름이 모두 영어로 표기돼 있다. / 'X'(옛 트위터)
국내 한 카페의 케이크 진열장, 메뉴 이름이 모두 영어로 표기돼 있다. / 'X'(옛 트위터)

국내 식당과 카페의 영어 메뉴판 논란이 네티즌들을 분노하게 했다.

최근 'X'(옛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작성자는 국내 한 카페의 영어로 된 메뉴판을 지적하며 "왜 영어 메뉴판을 욕하는지 알겠더라"라고 말했다.

비록 카페의 콘셉트상 메뉴판을 영어로 만들었더라도 한국어도 함께 표기했다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없다. 하지만 해당 카페의 메뉴판은 온통 영어로 이뤄져 있었다. 심지어 필기체로 작성돼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논란에 휩싸인 해당 카페의 메뉴판 / 'X'(옛 트위터)
논란에 휩싸인 해당 카페의 메뉴판 / 'X'(옛 트위터)

문제는 몇몇 메뉴의 이름에서 영어 철자가 틀린 부분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X'(옛 트위터)
'X'(옛 트위터)

얼 그레이 티에서 Grey(그레이)는 사람 이름이라 대문자로 써야 하지만 소문자로 쓰였다. 얼 그레이 티는 영국 귀족인 로드 그레이(Lord Grey)의 이름과 관련 있다. 영어에서는 사람의 이름을 작성할 때 앞 글자 스펠링을 대문자로 작성해야 하므로 'Earl Grey'가 돼야 하는데 해당 카페 메뉴판은 'Earlgrey'라고 표기했다.

'X'(옛 트위터)
'X'(옛 트위터)
'X'(옛 트위터)
'X'(옛 트위터)

또 '환상'을 뜻하는 판타지(fantasy)를 fantage로, 아메리카노(Americano)를 'Americcano'로, 카페라테(Caffe latte)를 'cafe latte' 등으로 작성하기도 했다.

또한 영어로 쓰였지만 한국어 표기법이 사용된 메뉴도 있었다. 카페인이 적다는 뜻인 디카페인(Decaffeinated·Decaf·caffeine free)은 한국어 표기법에 따라 'Dicaffeine'으로, 초콜릿(Chocolate)은 'Choco'로 작성됐다.

네티즌은 "나는 나이도 어리지만 키오스크 어렵고 영어도 잘 모름. 하지만 이번에 간 카페는 진짜 말문이 턱 막혔음. 영어 모르는 사람은 시키지 말라는 건지, '이것도 못 읽나?'라고 놀리는 건지… 심지어 정자체도 아니고 필기체라 더 못 읽겠음. 왜 영어 메뉴판을 욕하는지 알겠더라. 여긴 한국이야"라고 말했다.

해당 카페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에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X'(옛 트위터)
'X'(옛 트위터)

이뿐만이 아니다. 한 'X' 네티즌은 "어느 술집 메뉴판에 'Life the first time'이라고 적혀 있길래 뭔가 했더니 처음처럼이었음"이라며 황당해했다.

실제 네티즌이 공개한 사진에는 식사·안주용 메뉴는 한국어로 표기됐지만 주류·음료 등은 모두 영어로 표기돼 있었다.

'X'(옛 트위터)
'X'(옛 트위터)

또 다른 네티즌은 "내가 간 카페 중에는 미숫가루를 'MSGR'로 적어놓은 곳도 있었음"이라며 메뉴판 사진을 첨부했다. 실제 메뉴판에는 미숫가루가 'M.S.G.R'로 표기돼 있었고 가격은 무려 1만 2000원이었다.

영어로 쓰인 국내 카페의 케이크 먹는 방법 안내문 / 'X'(옛 트위터)
영어로 쓰인 국내 카페의 케이크 먹는 방법 안내문 / 'X'(옛 트위터)

심지어 한 네티즌은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인 영어 안내문. 솔직히 일부러 이렇게 써놨나 싶을 정도로 문장 구성이나 단어 선택이 이상함"이라며 영어로 쓰인 한 카페의 안내문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솔직히 영어를 할 줄 아는 당사자도 이게 딱히 고급스럽다고 느껴지지도 않음. 그냥 불친절한 거 티 내고 안 이랬으면 좋겠음", "필기체 다 틀린 거…실화인가", "나 사실 필기체를 못 읽어. 읽을 수 없다니까 무식하단 소리도 들었다. 무식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저렇게 써놓은 가게 보면 '급' 나누는 것 같아 거부감 듦. '우리 가게 올 정도면 이 정도는 다 알 수 있겠지' 같아", "영어 모르면 빵도 못 사 먹는 거야? 당최 이해가 안 가네. 저렇게 필기체로 메뉴를 적어 놓으면 뭔가 빵이 더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했을까?"라며 의아해했다.

메뉴판에 한글 표기가 없으면 불법이다. 이를 위반한 사람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 맞춤법이나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 외국어로 표시할 경우에는 한글과 반드시 같이 적어야 한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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