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울린 '사랑의 돌계단' 여주인공 사망
2012-11-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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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돌계단'으로 전세계에 알려진 장궈장(왼쪽)-쉬차오밍(오른쪽) 부부 생시 모습
['사랑의 돌계단'으로 전세계에 알려진 장궈장(왼쪽)-쉬차오밍(오른쪽) 부부 생시 모습]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대륙의 실화 러브 스토리 '사랑의 계단(爱情天梯)' 여주인공 쉬차오칭(徐朝清,87)이 세상을 떠났다. 중국인들이 큰 슬픔에 잠겼다고 훠신넷(和訊網)이 2일 전했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7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중국 서남부 충칭(重慶)시 중산(中山)진 가오탄(高滩)촌에서 시작된다.
6살 난 한 남자 아이는 갓 빠진 치아를 잃어버리고 불길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가 빠진 잇몸 자리를 새색시가 어루만져 주면 액운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침 마을로 시집 오던 새색시의 꽃가마에 다가가 부탁하자, 새색시는 아이의 잇몸을 정성껏 어루만져 주었다.
빠진 이의 액운이 새색시에게로 옮아 간 건 아니었을까? 색시는 결혼생활 몇 년만에 병으로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당시 여섯 살 아이가 16살 청년이 된 1952년 어느 날 그 과부집에 머슴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치 운명처럼 자신보다 10살이나 많은 과부를 사랑하게 된 청년 류궈장(劉國江)은 상대방의 애정까지 확인했지만, 동네 사람들의 갖은 멸시와 비난에 직면하자, 사랑하는 연상의 여인 쉬자오칭의 동의 하에 깊은 산중, 그것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아주 높은 고산지대에 동굴을 찾아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된다.
풀뿌리와 열매로 끼니를 연명한 두 사람. 이 때부터 류 씨는 여인을 위해 사랑의 돌계단을 만들기 시작한다. 비가 많은 지역이라 산을 오르내리는 데 위험하다는 이유로 망치와 정을 사용해 만들기 시작한 돌계단은 무려 6천여개. 40여년 간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만들어 그들의 자녀 4명이 그 계단을 오르내리며 학교를 다녔다. [아래사진 : 아내를 위해 류 씨가 만든 '사랑의 돌계단']
지난 2001년 가을, 한 관광객이 충칭의 고지대를 여행하던 중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에서 두 노인이 집을 짓고 생활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두 노인의 이야기를 들은 여행객은 이를 세상에 알리게 된다.
그들의 슬픈 러브 스토리에 대륙이 눈물바다로 변하고,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TV에서도 소개되기에 이른다.
마침내 지난 2007년, 장궈장 노인이 세상을 떠난다. 그 해 12월 18일 열린 장례식에는 시민 수백명이 가오탄촌을 찾아 애도했다. 그리고 지난 달 30일 저녁 10시께 부인 쉬차오칭이 세상을 뜬다. 현지 지방정부는 이 사랑의 돌계단을 영구 보존키로 했다.
향년 87세로 세상의 멸시 속에서 사랑의 힘만으로 장수를 누린 이 여성은 대륙인들의 뜨거운 감동 속에 사랑의 화신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